ep. 13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에피소드에 이어 연애의 참견에 또 다른 흥미로운 사연이 있었다. 사연자는 여자분이고, 애인의 변덕스럽고 즉흥적인 면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연자의 애인 A는 어느 날 갑자기 골프레슨을 시작한다며, 자신은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했다. 취미로 하는 것도 아닌 프로 골퍼라니. 그마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짬내는 시간에만 연습하는데 포부가 지나치다 못해 어이없기까지 하다.
A는 골프장비를 풀세팅하고 연습을 하다가 한달이 지날무렵, 사연자에게 골프레슨을 시작하니까 체형의 변화가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체형의 변화가 느껴진다라(...) 그러더니 사연자에게 마사지를 배워서 자신에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연애의 참견 프로 특성상 사연자분들은 참 마음이 모질지 못한거 같다. 희한하고 요상한 요구사항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감수한다.
그렇게 사연자는 바쁜 시간 쪼개어 마사지를 배우고, A에게 해주었지만 결국 골프레슨은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 뒤로도 A의 도전은 계속되는데 갑자기 스포츠 지도사가 되겠다며 사연자에게 리프팅 슈즈를 사달라고 한다. 자신은 이미 PT값으로 200만원을 바로 결제했다며 말이다. A씨는 새로운 꿈과 함께 늘 필요한 장비를 먼저 갖추고 시작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항상' 사연자의 희생이 함께했다.
예상되듯 스포츠 지도사 또한 세 달만에 포기하고, 게임 유투버가 되겠다며 도전을 시작했다. 각종 장비를 구비하느라 5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고, 사연자에게 영상편집을 배워서 도와달라고 또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꿈을 찾는 과정에는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닌, 사연자나 타인의 도움이 늘 필수가 되었다.
가장 선넘는 것은 사연자의 동생에게까지 그 피해가 이어졌다는 것인데(...) 해당 내용이 궁금하신 독자님들을 위해 영상을 첨부한다.
남의 돈으로 인생 날로 먹으려는 포기충 남친
사연자의 애인 A씨는 남들이 하는 일을 만만하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보인다. 프로골퍼, 스포츠 지도사, 게임 유튜버 등 본인이 보기엔 도전해볼만 할지 모르겠지만(솔직히 도전하기 쉬워보이지도 않음) 몇달만에 되지도 않을 일을 쉽게 도전하고 쉽게 포기한다.
그러면서도 A씨는 끊임없이 자신의 천직,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A씨에게 꿈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해보는 도전정신은 분명 본받을만 한 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진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리스크가 덜한 것인데, 막무가내로 바로 뛰어드는 것은 무모해보인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사연자 또는 타인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태도 또한 천직을 찾고자 하는 도전정신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꿈을 찾고 도전하기 위한 A씨의 모험에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주변인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그의 도전은 세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린다. 이러한 특성은 어떤 심리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A씨의 반복적인 도전과 빠른 포기, 그리고 주변인 의존 행동은 단순히 ‘게으르다’거나 ‘무책임하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A씨에게 남이 하는 일은 쉽게 보이며 도전해볼만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으로는 시작을 해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렵다. 대신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안전하게 ‘도전했다는 경험’을 확보한다. 실패할 가능성을 직접 떠안지 않고, 다른 사람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A씨처럼 쉽게 시작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은, 실패나 불편을 미리 예상하고 이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도전 그 자체보다 ‘손해를 최소화하며 경험을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진다. 결국 주변인을 동원하게 되고, 책임은 분산되는 것이다.
A씨는 장기적 계획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우선한다. 흥미와 열정이 순간적으로 높아 도전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가 사라지면 쉽게 포기한다. 즉, 장기적 자기 통제력보다 순간적 감정과 충동이 행동을 좌우하는 패턴이다.
주변인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어린 시절 경험이나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의존적 습관’일 수도 있고, 실패의 책임을 스스로 떠안기 어려운 성향과 맞물려 나타난다.
결국 A씨의 행동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 부족과 실패 회피, 충동적 도전, 타인 의존이 합쳐진 심리적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즉흥적이고 무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장치 마련 심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사연자의 애인 A씨를 보면서 느껴지는 건, 도전과 꿈을 향한 열정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항상 주변인과 자신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A씨의 반복되는 도전과 포기, 그리고 타인 의존 행동은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 없이, 쉽게 얻고 쉽게 포기하는 패턴으로 이어졌다.
꿈을 향한 도전이 진정 의미 있으려면 자기 결정과 책임감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주변인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고, 책임 없는 행동과 결합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A씨처럼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 속에서도, 심리적 안전장치와 불확실성 회피, 자기 효능감 부족 같은 인간적인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독자님들도 이번 사연을 통해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받는지, 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균형이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