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특이점이 온다

[리뷰] AI 콘텐츠와 감정설계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해당 논문은 Science ON에서 무료로 열람이 가능한 BEST 학술 논문으로 Science ON에서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매거진에서는 해당 내용이 흥미로웠던 이유를 중심으로 간략히 요약하고자 합니다.





INTRO


요즘 숏폼이나 릴스를 보면 AI로 구현된 동물들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인간과 같이 행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쾌함이 있다기보다 위트속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흥미롭다. 현실에서라면 분명 어색하거나 기이하게 느껴졌을 장면들이 디지털 화면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고, 웃고, 인간의 제스처를 흉내 내는 동물들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캐릭터인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진보되었다기보다는 인간이 비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더 이상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 그 사이의 틈에서 만들어지는 상상력과 서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AI가 만들어낸 동물은 실제 생명체도, 완전히 허구의 캐릭터도 아닌 중간 지점에 놓인 존재로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불쾌한 골짜기] 이론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인간과 지나치게 닮은 로봇이나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묘한 이질감과 불편함은 오랫동안 기술 발전의 한계로 설명되어 왔다. 외형이나 움직임이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호감은 증가하지만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급격한 불쾌감이 발생한다는 이 이론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인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의 AI 콘텐츠는 이 공식을 비껴가는 듯 보인다. 햄스터가 사람처럼 말을 하고 고양이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영상들은 인간과의 유사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거부감보다는 호기심과 친밀감을 이끌어낸다. 이들은 완벽하게 인간을 닮으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물다움’과 ‘인간다움’ 사이의 간극을 위트와 감성으로 채운다.


오늘은 [AI 기반의 감정 설계와 불쾌한 골짜기의 재해석]이라는 논문을 중심으로 오늘날 AI 콘텐츠가 어떻게 인간의 정서와 관계를 설계하고 있으며 그것이 불쾌한 골짜기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jason-leung-1DjbGRDh7-E-unsplash.jpg 출처: unsplash




REVIEW


리뷰할 논문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출처: [논문]AI 기반 감정 설계와 불쾌한 골짜기의 재해석


* 저자: 김소영
* 발행기관: (사)한국컴퓨터게임학회
* 학술지명: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Computer Game), Vol.38 No.5 [2025], p.34-54


오늘 소개할 논문은 감정설계가 AI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에서 어떻게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고 우회하는 전략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01. 주요 내용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1970년 일본의 로보틱스 연구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캐릭터가 실제 인간과 유사할수록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임계점을 도달하면 오히려 강한 불쾌감과 기묘함을 유발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본문에서는 볼쾌한 골짜기를 단순히 인간과 외형적으로 유사한 것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정체성과 감정 등을 모방하거나 침해당한다는 인식이 있을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설계는 미국의 인지학자 도널드 노먼이 그의 저서 Emotional Design에서 '사용자나 시청자의 감정반응을 고려하여 콘텐츠나 제품을 설계하는 접근방식'이라 정의하였다. 노먼은 감정 설계를 본능적(visceral), 행동적(behaviral), 반성적(reflective)수준으로 나누었다.

우리가 이용하는 AI 콘텐츠의 감정설계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중점을 둔다. 감정을 유도하는 것은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우회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본능적 감정 설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콘텐츠가 동물을 활용한 AI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틱톡, 릴스, 숏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AI 생성 동물 캐릭터 쇼츠 영상은 실제 동물의 외형을 기반으로 하되 만화적인 요소의 도입을 통해 콘텐츠 사용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인상을 끌어낸다.

이를 대표하는 콘텐츠 중 '정서불안 김햄찌''코리수의 게임 세상'이 있다. 해당 채널들은 동물 캐틱터를 기반으로 공감을 주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서불안 김햄찌의 경우 AI로 만든 햄스터가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내용을 보여주며, 코리수의 게임세상은 검은 고양이 캐릭터에 목소리는 사람 유튜버가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주로 요즘 유행하는 글을 같이 보며 소통하거나 게임 방송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콘텐츠들은 인간 유사성을 피하면서 친근하고 편안한 감정을 유도하여 불쾌한 골짜기를 우회하는 전략으로 작용한다.



행동적 감정 설계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실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에서의 사용 편의성, 기능적 만족,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움 등을 중심으로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 수준의 감정설계는 제품 혹은 콘텐츠가 얼마나 예측가능하고 일관되며 얼마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사용자의 몰입과 감정적 만족이 좌우된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인 Replika는 사용자와의 1:1 반복 대화를 통해 맞춤형 캐릭터를 생성하며 Character.ai는 유명인이나 특정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하여 감정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 두 사례는 콘텐츠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연대감을 가질 수 있고 이는 AI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게 한다.



반성적 감성 설계는 콘텐츠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감정을 만족시키며, 자아상과 사회적 지위를 세우는 것이다. 제품이 전달하는 의미와 가치관 혹은 사용자가 이 제품의 이야기와 자신의 체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가 고려의 대상이 된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는 AI 영상 생성 플랫폼 캐럿을 운영하는 패러닷은 AI 기술을 통해 고인의 목소리와 얼굴, 감정 등을 복원하여 정서적 몰입을 유도한다.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에서 느끼는 감정이 공감과 애도, 존경 등의 감정 구조로 전환되어 각자 느낀 감정을 공유하면서 AI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02. 논문의 메시지


감정 설계는 기존의 불쾌한 골짜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임계점을 감각 자극, 상호작용, 정체성 연결과 같은 감정적 조율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 단순히 불쾌한 골짜기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감정적 신뢰성과 몰입을 바탕으로 인간과 AI간의 새로운 감정관계를 맺는 심리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서적 설계에서 사용자에게 과도한 친밀감이나 현실과의 경계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감정 설계의 영향이 커질수록 기술적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다.






COMMENT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논문이 불쾌한 골짜기를 기술이 극복해야 할 한계로 보지 않고,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과 얼마나 닮았는가가 아니라, 인간이 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경험의 질이 달라진다는 관점은 오늘날 AI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AI 콘텐츠 사례는 감정 설계가 어떻게 불쾌함을 우회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들은 인간을 흉내 내기보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존재처럼 행동하며, 그 거리감 속에서 오히려 안정감과 친밀함을 만들어낸다. 완벽한 재현이 아닌 의도적인 불완전함이 감정적 수용성을 높인다는 점은 흥미로운 점이다.


동시에 감성 기반 챗봇이나 고인을 재현한 콘텐츠 사례에서는 감정 설계가 단순한 호감 유도를 넘어 관계 형성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반복적인 상호작용과 개인화된 감정 반응은 사용자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질 위험도 함께 내포한다.


결국 감정 설계는 AI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감정이 설계의 대상이 되는 순간 기술은 기능을 넘어 관계의 주체로 작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OUTRO


AI 콘텐츠를 둘러싼 논의는 점점 외형의 완성도나 기술적 성능을 넘어 감정과 관계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 역시 더 이상 넘어서야 할 장벽이 아니라, 감정 설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경계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인간과 AI의 관계가 단순한 사용자와 도구의 관계를 넘어 정서적 상호작용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로 구현된 동물 캐릭터, 감성 기반 챗봇, 고인을 재현한 영상 콘텐츠들은 모두 기술이 감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콘텐츠를 설계한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의 문제를 동반한다. 친밀함과 몰입이 깊어질수록, 기술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감정 설계가 불쾌한 골짜기를 우회하는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는 만큼, 그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이 질문은 앞으로 AI 콘텐츠를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불쾌함을 피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존중하고 관계를 신중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AI가 발전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