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품격

[ 제주는 언제나 나를 품는다_episode_11 ]

by 글객
7/29(수) - DAY 3_3


#30


더마파크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 말뜻이 무엇인지 한 번에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어에서 우리말 일부를 외국 문자로 변환하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그림이 더 잘 그려지게 된다. THE馬파크. 결국 말들의 공원이라는 뜻이다. 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테마파크의 공식적인 표기이고 본관으로 보이는 공원 입구의 건물에도 붙어있는 표현이었다. 결국 말과 관련된 이런저런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말이었다.


이 테마파크에서의 체험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름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아쉬운 인적 서비스'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콘텐츠는 유익하나 그 콘텐츠로 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세심함은 조금 아쉽다고나 할까. '형식부터 메시지다.'라는 말이 있는데 적절한 형식을 마련하는데 실패하면 콘텐츠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과 거칠게 표현하는 사람은 그 말을 받아들임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마파크에 도착했을 때는 전날 비양도에 갈 때보다도 훨씬 굵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중이었다. 드넓은 공원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안내표지들을 따라 계속 걸어 들어가니 주차지역을 지나 왼편에 카트 레이싱 서킷이 보였다. 하지만 그곳을 천천히 구경할 겨를을 전혀 허락하지 않은 채로 나는 매표소로 보이는 건물을 향해 일직선의 동선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다행히도 건물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터넷으로 승마체험 장거리 코스와 카트 체험을 이미 예약해둔 나는 곧장 매표창구로 갔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다는 나의 말에 직원은 어플 상의 바코드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두 가지 체험을 예약하느라 티켓도 두 장이었던 나는 바코드가 보이는 화면을 두 차례에 걸쳐 직원에게 보여주었고 직원도 마찬가지로 두 차례에 걸쳐 리더기로 바코드를 읽었다. 나의 예약정보를 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매표 직원은 그 말 그대로인 창구(窓口, 창의 구멍)를 통해 실물 티켓 두장을 건네줬는데 그 티켓은 직사각형 색지를 코팅한 형태였고 그중 한 장은 빨간색,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초록색을 띄고 있었다.



#31


문제는 그 티켓을 어디에 내야 하는 건지 또한 누구에게 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음에 있었다. 카트 체험의 경우는 그나마 매표소 건물로 들어오기 전 트랙의 위치가 확인되었고 그 트랙으로 나갔을 때 기다리던 관리자가 바로 티켓을 확인해주어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승마체험의 경우였다. 일단은 매표소 직원부터가 티켓을 실물로 교환해줄 뿐 별다른 안내가 없었고 알아서 찾아간 승마체험의 대기실 격인 곳에서는 누가 이곳을 관장하는 사람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 여덟 평 정도 돼 보이는 사각의 대기실 한쪽 벽에는 승마용 헬멧과 부츠 진열장이 벽면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고 정면 쪽에는 승마를 체험한 사람들의 사진이 벽 이곳저곳에 전시되어있었다. 그 벽면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한 여성이 보이긴 했지만 담당자라고 여길 수 있는 뉘앙스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 여성은 컴퓨터로 사진을 편집하는 것으로 보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그 사람을 단숨에 담당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작업에 몰두하는 그 사람이 풍기는 뉘앙스 때문도 있지만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이 사진 편집 작업이었던 이유도 있었다. 사진작가라고 하면 프리랜서라는 키워드가 자연히 연상되고 인식이 그렇게 흐르니 자연히 티켓을 받고 안내하는 업무를 이 사람이 관장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건물 이곳저곳을 청소하는 분 외에는 크게 관리자라고 생각할만한 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작업을 하던 그 여성에게 말을 걸을 걸었다. 그러니 바로 그 사람이 이 공간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게 되었다.


" 이 티켓은 어디다 내는 거죠? "


작업에 열중하던 여성은 나의 질문에 아주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코팅된 티켓을 종이의 번호표로 다시금 바꾸어주며 사이즈에 맞는 부츠와 헬멧을 착용하고 라커룸에 짐을 보관하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4단 정도로 높이가 높은 진열대에는 섹션이 나뉘어 헬멧과 부츠가 보관되어 있었다. 단거리의 경우에는 헬멧을 꼭 쓰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장거리 체험의 경우에는 필히 헬멧을 착용해야 했다. 그리하여 난생처음 써보는 승마용 헬멧을 하나 집어 쓰고는 이제 부츠를 착용하려는데 각 부츠의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사이즈를 확인할 수가 없어 대충 적당해 보이는 부츠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신어보니 잘 맞지가 않았고 그래서 다른 부츠 하나를 더 꺼내고 나서야 발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복장 착용을 완료한 후에는 벗은 신발과 배낭 등을 락카에 넣고 열쇠를 잠겄는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그 여성은 사진 편집 작업에만 몰두하고 별다르게 이쪽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 이제 어디로 가면 되나요? "


복장 착용이 다 완료되면 밖으로 나가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은 작업에 몰두하던 여성에게 재차 질문을 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간 바깥 공간에는 햇빛을 가려주는 설치 지붕 아래 벤치들이 놓여있었고 그 벤치 위에 승마체험 대기자들이 삼삼 오오 앉아있었다. 그 벤치를 기준으로 약 15m 전방에 승마체험 코스의 시작점이 보였고 시작점에는 앞 순번으로 이미 말에 올라탄 사람들이 벤치를 향해 서있었다. 사진기사로 보이는 벤치 밖의 한 남성은 그렇게 대기하는 사람들의 기념사진을 큼지막한 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 (찰칵!) (찰칵!) "


일단 테스트로 사진을 찍어 보는 듯한 남성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단지 내 할 일 할 뿐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찰칵찰칵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그 테스트 촬영을 마친 후에는 말에 올라탄 관광객들의 사진을 일행 단위로 찍어주기도 하고 독사진으로 찍어주기도 했는데 요청해서 찍는 사진인지 아니면 그냥 기계적으로 찍는 사진인지 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진 찍기가 완료된 체험객들은 옆에서 대기하던 가이드의 인솔 하에 코스로 입장하며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가이드도 함께 말을 탄 채 체험객들이 탄 말들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그 순간 문뜩 의문이 들었다. 사진 편집 작업을 하던 여성이 바꿔준 번호표를 그냥 들고만 있으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마저도 누군가에게 일단 전달해야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는 것이었다. 어련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고 자꾸 이용자가 물어물어 뭔가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은 그리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때 마침 또 다른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이 벤치 근처에 서서 대기자들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하고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옆으로 이동해 의문이 드는 사항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다.


" 이 번호표는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건가요? "


질문을 들은 스텝은 내 번호표를 받아 챙겼다. 하지만 막상 번호표를 내고 보니 내 번호가 가물가물 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번호를 잊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서 되뇌려고 애를 썼다. 다행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스텝에 의해 내 번호가 불리게 되었고 몇몇의 다른 체험객들과 함께 승마체험을 시작할 수는 있었다.


코스의 초입까지 걸어가니 한 가이드가 말 한 마리를 잡아끌고 와서는 계단 모양의 목재 구조물 옆에 그 말을 세웠다. 나는 3단 정도 되는 그 계단을 올라 말 등에 얹혀있는 안장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안장에 앉은 나에게 가이드는 자세를 잡는 요령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러고 나니 조금 전 벤치 옆에 서서 체험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기사가 나를 향해 대포 카메라를 조준하고 있는 모습이 먼발치에서 보였다.


" 자 여기 보세요 ~ "


사진 기사는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결국 사진은 체험객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탑승하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찍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대기실의 여성은 그렇게 계속 찍혀오는 사진을 수정하고 편집하느라 그 공간에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채 작업에 열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빠르게 보정된 사진은 승마체험을 모두 끝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오는 체험객에게 바로바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 여성은 대기실로 돌아온 나에게도 다른 어떤 안내 사항보다도 사진 구매를 먼저 권유하고 있었다.



#32


그러니까 내가 승마체험의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경험하며 느낀 이 테마파크에 대한 단상은 '사진 팔기 위해 본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 정도였다.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코스를 따라 말을 타보는 것은 옛 시대의 귀족이나 군인이 되어보는 것 같은 생경한 기분을 제공해 주었지만 그 콘텐츠를 체험해보기 까지의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티켓 판매보다 사진 판매가 매출의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서 그러는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게 너무 노골적으로 전면에 배치되는 것은 이른바 장삿속이 너무 보이는 꼴이 되어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스타벅스는 금융기업이고 맥도날드는 부동산 회사라는 말이 있다. 개인 카드에 충전된 스타벅스 포인트가 전 세계를 기준으로 2조 원이 넘고 맥도날드는 햄버거 판매보다 매장의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자산규모를 키우고 있는 이면이 드러나는 말이다. 그 말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기업의 수익구조와 실제로 그 기업들이 자본과 자산을 키워나가는 방법이 전혀 다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가 커피를 만들고 판매하는데 소홀하거나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만드는데 소홀하지는 않는다. 뒤로는 뭔가의 꿍꿍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본모습에는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필요 이상의 친절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광객을 컨베이어 벨트 위의 물건으로 생각하여 어디서 캐시 플로우를 만들어낼까 궁리하는 모습이 너무 드러나는 것은 서로에게 있어서 모두 곤란한 일이다. 승마를 체험하러 온 사람을 앞에 두고 사진 팔 생각을 너무 드러내면 그 사진을 팔아줄 사람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사실 기술할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승마체험 와중에서도 그리고 기념품을 사는 과정에서도 뭔가 헐거워 보이는 체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너무 이곳저곳을 들쑤시는 기분이 들어 여기 즘에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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