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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Sep 17. 2023

실수를 용납하는 세상

실수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 나아가 실수가 용납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 생각한다. 실수를 함께 사는 세상에서의 자산으로 생각할 줄 아는 세상.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 실수를 실패가 아닌 더 나은 성공으로 향해가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여유. 그런 것들이 좋은 세상의 덕목이라 믿는다.


우리가 누리고 사는 많은 것들은 결국은 누군가의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그런 것들을 삶의 공통적 디폴트로 두고 그 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어떻게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수를 부정한다는 것은 딛고 서 있는 삶의 기반을 부정하는 것이다. 문명은 예상치 못한 발견의 산출물인 경우가 많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실수의 산물은 당연하게 누리면서도 눈앞에 발생하는 실수는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자원이 부족한 척박한 토양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먹고살았던 우리의 과거는 두 번의 기회가 없었기에 실수에 야박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된 이 시대에서는 실수란 충분히 용서될 수 있고 충분히 희석될 수 있고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무엇이다. 이제 답습이 아니라 창의가 그리고 상상력이 더 중요한 문제해결의 키워드가 되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껏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문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그래서 그 의견이 조합될 수 있는 환경. 무르익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기까지 어떤 압박도 느끼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사람의 생각은 밖으로 표출되어야 비로소 우주가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가슴속에 차오르는 행동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가감 없이 표현되어 만들어지는 우주는 추구할 가능성이 더 이상 남지 않기에 무엇보다 튼튼한 우주가 된다. 우리가 사는 우주를 얼마큼 더 좋은 우주로 만드는지는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는 문제다.


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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