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이는 속도의 밸런스

일을 벌이는 것과 덜어내는 것의 균형점을 정확히 잡아내어 환상적인 밸런스조절을 할 수 있는 위인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까. 사람은 장단점이 아니라 개성을 가지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단점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한 사람의 개성을 사람에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그 개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일을 벌이는 사람과 그렇게 벌려진 일들을 정리해 내는 사람은 주로 갈린다. 일을 벌인다는 것은 좋게 평가하면 도전적인 것이고, 긍정적인 것이고, 호기심이 있는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막연한 것이기도 하고 무책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무 대비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양단의 것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어서 한쪽만 취할 수도 없고 한쪽면만 찾아올 수도 없다. 다만 그 성향이 짙을수록 양단의 효과도 더 극단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이 나뉜다. 옹호하는 사람은 그 개성을 장점으로 인지하고 비난하는 사람은 단점으로 인지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을 막아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게 말하면 현실감각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부정적이거나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벌려야 할 일의 양을 정확히 감지하여 내가, 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벌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일을 벌이는 것도 말리는 것도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그에 따라 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어 그 방향성을 추구하면 가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서로의 과해짐을 막아내기 위해 사람은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벌리는 사람의 힘이 너무 막강하면 막아내는 사람의 숫자를 많이 두고 아무도 일을 벌이지 않는 조직에는 그 관성을 깨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균형이 찾아오면 축복인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다만 그뿐인 것이다.

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