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역설
[1일차] 에어프랑스 - 기내 안
인천공항을 떠나 경유지인 파리로 향하는 여객기 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식사용으로 제공된 서걱서걱한 티슈로 두 눈을 막아보아도 흐르는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며 울부짖은 건 아니었지만 마음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는 소식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 메시지들이 하나의 응집체처럼 상기되자 울컥한 감정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잠시나마 떠나보고자 하는 와중에 그러한 모습은 참으로 모순적이고 바보 같았다.
몇 해 간 나를 무너뜨리고 괴롭혔던 건 무뎌진 감정이었다. 감정이 무너져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감정이란 가치관이라는 것을. 한 사람의 삶에 길잡이를 해주는 가장 기초적인 생명현상이 바로 감정이라는 사실을. 기쁨과 슬픔 분노와 억울함 설렘과 좌절 등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 준다는 사실을. 그래서 터져 나온 울음은 표면적으론 감격이었지만 내가 여전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인 환희였다.
이 길은 도대체 무슨 길이길래 아직 채 발도 디디지 않은 예비 순례자의 눈물샘을 터트리는 것일까. 2018년 유럽 자전거 여행에서는 돌아오는 날의 마지막 버스 안에서 30분이 넘게 눈물을 쏟아냈다. 그때 나는 진정 인류애라는 것을 느꼈다. 끝과 시작이라는 점에서 대칭을 이루는 두 눈물은 서로 다른 두 여정을 잇는 연결고리 일까. 시공간을 꿰뚫는 서로 다른 눈물 속에서 똑같은 정서가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