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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25. 2024

다리는 돈이 들지 않는다.

[3일 차] 레온 -> 비야르 데 마사리페

2018년 유럽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 자전거, 바퀴란 정녕 인류 최강의 발명품이라는 걸 몸소 느꼈었다. 자전거를 탑재한 여행의 가장 큰 위력은 대중교통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가지 못할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17박 19일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나와 자전거는 혼연일체, 물아일체의 경지로 어올려 저 내가 자전거고 자전거가 나인 상태로 치닫는 경험을 했다. 단돈 10만 원짜리 자전거가 선사하는 자유로움은 그 가격의 거의 10배 즈음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니 인류 최강의 발명품 자전거가 있기 전 최대 효율의 장거리 이동 기술 직립보행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직립보행은 본질적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쓰러지는 행위를 연속하는 것이다. 수직 아래로 작용하는 중력을 수평이동으로 전환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중력을 온전히 거스르는 네 발 동물들의 이동 방식과 거리를 둔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호모사피엔스가 태평양까지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확산되어 전 지구에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은 직립보행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듄의 설정처럼 언젠가 문명이 소실되어 인류가 원인의 기술로 돌아가간다 할지라 두 다리와 직립보행은 여전히 우리를 지탱할 것이다. 다리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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