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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27. 2024

자유로움이란 무엇의 산물인가

[5일 차] 아스토르가 출발

순례길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도시를 나와 대 자연 속을 걸을 때는 때로는 내 발소리 외에는 그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놀랄만한 정적이 나를 감쌌고 때로는 쩌렁쩌렁한 목청을 자랑하는 새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나도 청량하게 느껴졌다. 너른 벌판을 걸으며 아이유의 'love wins all'을 들을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길에서는 그러한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구속하지 않아서, 또는 그 모든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이기에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보다 앞서 수많은 누군가가 이 길을 걸었다는 사실과 지금은 당장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전제가 없다면 나는 이 길에서 자유가 아닌 불안을 느낄 것이라는 것을. 이 노란 화살표의 방향대로만 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자기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헤맬 것이라는 것을.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 야곱이 기독교 전파를 위해 걸었던 길이며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는 그가 박해를 받아 끝끝내 순교한 곳이라고 한다. 종교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 걸었던 길은 따라 걷는 것에서 오는 안녕과 자유로움에 대해서 어렴풋이는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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