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눈으로 체험하는 시장분석 '가즈아 베트남으로' - 사전 조사
베트남의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부동산의 가격이 급 상승했다. 물론 부동산이 매력 있는 상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번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은 고민을 하면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내가 투자를 시작한 시점에 국내에서는 '베트남 펀드'의 인기가 대단했다. 상당히 단순한 논리이지만, 베트남 주식시장의 VN30 인덱스 편입 종목에 분산투자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기였다. 왜냐면 매일 국내에서만 베트남 증시로 펀드를 통해 일 평균 200억 정도의 자금이 들어갔다. 실제로 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그로스펀드는 자금이 대거 몰려서 소프트 클로징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물론 베트남 투자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06년에 한국에서 베트남 관련 투자가 이슈화 되었던 적이 있었다. 베트남 투자 관련 책들이 생겨나고, 투자자들이 투자가 활발하게 이어졌지만 2008년 리먼사태 때 베트남 증시가 폭락하면서 베트남 투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2008년 당시와 2018년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기 때문에 베트남 증시는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부 자본 이탈에 따른 증시 조정은 올 수 있지만 베트남 기업의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매출액과 이익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금 베트남 증시에 과도한 자금이 몰려 기업들이 '고평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성이 꾸준하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1년에 방문했던 베트남과 2017년에 방문한 베트남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많은 변화가 체감될 정도로 변해 있었다. 도시화로 인한 고층 빌딩과 럭셔리 아파트, 대형 쇼핑몰, 마트 등은 베트남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을 방문한 사람들은 한국의 80~90년대 모습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80~90년대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글로벌 투자 자본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 1월, 2월 동안 베트남 FDI를 많이 한 나라를 살펴보면, 예상외로 1위가 싱가포르였다. 베트남 증시의 1등 기업인 비나밀크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도 싱가포르 기업이고, 많은 싱가포르 건설 회사들이 베트남에서 콘도미니엄(아파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의 기업들도 콘도미니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원 등도 베트남에 콘도미니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건설 분야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는 베트남 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에 대해 조사하면서, 수많은 베트남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일본 기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란 긴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베트남 기업과 합작회사, 전략적 지분 투자가 증가하였다.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대표 증권사인 삼성증권은 베트남의 호찌민 증권사를 파트너로 삼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삼성의 '1등 주의'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나도 당연히 삼성이 베트남 현지 파트너로 1등 회사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찌민 증권사는 베트남에서 2~3등 정도 규모의 증권사이다. 업계 1등은 사이공증권이라는 증권사인데, 이 회사는 일본 기업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 회사여서 삼성은 결국 호찌민 증권사를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은 삼성, LG, 대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베트남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분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한국의 베트남 FDI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실제로 삼성이 베트남 GDP에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히 크다. 작년 3분기 베트남 분기 GDP가 예상치보다 상당히 높았는데, 삼성전자의 갤럭시 8이 GDP를 높이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베트남 베트남 현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일본 기업의 기여도가 상당히 높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단순히 자본만 제공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최근 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이런 기술과 노하우를 등에 없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앞에서 싱가포르, 노르웨이, 한국, 일본이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중국 기업 역시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 테지만 베트남과 중국은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인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Zalo 어플을 만든 VNG라는 회사는 중국의 텐센트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베트남에 대표 온라인 쇼핑몰인 LAZADA도 중국 알리바바가 투자한 회사이다. 뿐만 아니라 TIKI라는 온라인 쇼핑몰도 중국의 텐센트와 JD.com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이다. 사실상 베트남의 E-commerce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LAZADA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스타라면 아마 박항서 감독님 일 것이다. U23 축구 대표팀의 성과를 만들어낸 방식은 베트남 기업이 지향하는 성공 방식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앞에서 언급한 호찌민 증권사의 CEO는 외국인이다. 사실 베트남 투자 공부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외국인 임원,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체어 우먼'이라는 용어를 베트남 뉴스에서 처음 들어 보았다. 많은 베트남 기업의 CEO가 여성이고, 여성 CEO들은 멋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나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외국인과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데, 베트남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베트남 투자의 핵심 포인트로 많은 인구(약 9,600만 명)를 꼽았었는데, 실제로 경제에 참여하는 인구 비율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도는 더 높아진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국의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라고 봤을 때,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를 고려하면 그 숫자의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과 기업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인재' 양성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서 '역량 있는 외국인 전문가' 활용은 상당히 괜찮은 운영 방식으로 보인다. 많은 베트남 기업들은 축구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성과만 창출해 낼 수 있으면 동양인, 서양인을 가리지 않는다. 외국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 외국인 경영진 영입은 베트남 기업의 높은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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