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ia Jun 10. 2018

싱가포르에 가기로 결심한 순간

2017년 6월, 오늘로부터 약 1년 전,

2018년 6월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1년 동안 작가의 서랍 속에 모아두었던 글들을 매주 1개씩 꺼내려합니다. 제 글감은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미디어 산업입니다.



첫 글, 싱가포르에 가기로 결심한 순간


3개월의 컨설팅 펌 인턴이 끝나고 고민이 많을 때였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어떤 선택을 해도 그 결과는 뭔가 삐뚤어지고 내가 원하는 바에서 어긋나게 될 거 같았다. 


그리고 우연히 서울숲을 걷다가 이 엽서를 받았다.    

2017.06.17 서울 숲에서 받은 엽서


당시의 나는 서두르고 있었고, 스스로에게 충분히 솔직하지 않았다. 취업이라는 선택지를 앞두고 여러 고려요소 중 내게 꼭 필요한 요소보다는 사회의 대다수가 선호하는 요소를 더 신경쓰고 있었다. 아직 비난은 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선택의 결과에 따라 내 자신을 비난을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대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인생이 아주 조금씩 저 쪽 방향으로 삐뚤어지고 어긋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국 이 엽서의 말처럼 ‘여행하고 또 여행하기’를 선택했다. 싱가포르로 1개월의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는 안서두르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늦은 졸업 다음 취업을 뒤로 하고 싱가포르로 ‘여행’만 간다는 건 너무 철부지 같아 부모님께 말했다.


“나 싱가포르가서 취업할거야”


이 말을 내뱉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넌 참 용감해” 였는데 당시에는 종종 “넌 참 무모해”로 들렸다. 내가 좋아하는 걸 시도하는데 용감한 편이라지만, 이 정도의 결심에는 응원이 필요하다. 결심은 순간이었지만, 지금 정리해보니 결심 이전에 꽤 긴 응원이 있었다.


1. 싱가포르와 한국의 친구들

내가 싱가포르에서 일하는거 어떻게 생각해? 외국인으로서 잡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던졌다.
싱가포르 친구들의 대답은 “여기서도 머든 쉽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넌 할 수 있을 거 같아” “I welcome you with open arms” “집 그런거 도움 필요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언니 여기 친구들 많잖아 나도 그렇고 다 도와줄거야” “Hope to hear good news from you soon”
한국 친구들도 “넌 찾을거야.” “너랑 이 선택은 너무나 잘 어울려” “진심으로 응원해. 좋은 소식 들려줘” 였고 힘을 얻었다.


2. 부모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선택을 자꾸 하는 딸에게 걱정이 많으셨다. 내가 먼저 선수쳐서 “싱가포르 나가서도 한국에 있는 기회도 신경쓸게. 한국+싱가포르 두 곳의 더 많은 기회를 잡으러 나가는 거라고 믿어줘” 그러자 아빠는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셨다. 그리고 내가 떠날 그곳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셨다.    
2017.07.02 아빠의 마음이 들린다


3. 인터뷰 오퍼

컨설팅 인턴이 끝날 즈음,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크고 작은 MNC, 스타트업, 한국인을 채용하는 온갖 포지션들에 마구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전 날 지원한 한 곳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한국 회사인데 싱가포르에서 다음 주 인터뷰 가능한지, 합격이면 항공권은 지원해준다는 전화였다. 한국 뷰티 제품 유통 관련 일이어서 특히 한국에 있었던 사람을 선호하고, 한국에서 지원한 사람 중에서 문서 상으로는 오버스펙이라고 했으니 확률도 낮지 않았다. 합격이면 항공권 지원받고 일도 시작하고, 불합격이면 어차피 가려던 거 항공권 내 돈으로 낸 거라고 생각하니 떠나는데 부담이 줄어들었다.


4. 싱가포르라는 나라

왜 싱가포르야? 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한 마디로 대답하자면, 


“싱가포르를 내 2030대의 battlefield로 정했어”


다인종, 외국인으로 구성된 영어가 공용어인 섬나라

싱가포르는 국토 전체 면적이 서울만한 섬나라다. 1965년 8월, 말레이시아에서 독립(사실상 분리 방출)하였고 나라 전체 인구가 서울보다 작은 560만명 수준(2016년 기준)인데 이 중 외국인 이민자의 비중이 30% (167만명)에 이른다. 인종 분포는 중국인(75%) 말레이계(14%) 인도계(8%)로 구성된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다.


아시아에서 교육과 경제인프라가 구축된 나라

이 외에도 숫자로 싱가포르를 알아갈수록 놀라곤 했다. 1인당 GDP는 세계 8위, 아시아 1위로 $5만 7,713 (대한민국, 28위, $ 2만 9,891) 에 이르고 세계 대학평가순위 (QS) 에 싱가포르 대학 NTU, NUS는 세계 11위, 세계 15위 (아시아 1위, 2위) 에 올라있었다.    
source: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330146


Google, P&G, Microsoft, Facebook, Linkedin을 비롯해 수천 개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APAC 지역 본부를 두고 있으며 부패가 심하지 않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율이 낮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모든 사실들을 2013년 호주 교환학생 시절 만난 싱가포르 친구들의 입을 통해 꾸준히 들어왔다.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게 됐는지, 리콴유라는 초대 총리는 누구인지, 남자들의 의무 군입대, 서울만한 다인종 섬나라에서 군대의 역할, 자국에 공립대학이 7개밖에 없다는 점, 많은 학생이 영국, 미국, 호주로 유학을 갔다온다는 점, 싱가포르와 호주가 얼마나 지리적으로 가까운지, 주변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 미얀마) 활용, 한국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이해 차이, 스타트업 문화, 고용 불안정성, 차와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언론 통제와 집권정당, 임대주택과 저출산 정책까지


지금도 대화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배운다. 그리고 2014년, 2017년, 2018년에 기회만 있으면 싱가포르에 날아가 직접 보고 깨달았다.


“나는 다인종, 다문화, 아시아, 외국인, 영어, 미디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키워드로 하는 무대에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싶구나”

이 외에도 당장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오랜만에 만나게 될 친구들,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되새기는 콘텐츠들, 인턴 시절 만난 사수들의 조언, 현 직장에 만족하지 않아 다른 선택을 고민하는 선배들까지 모두 내 선택에는 크고 작은 응원이었다.


그리고 7월 4일 밤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떠났다.    

2017.07.04 싱가포르로!


Next stories!


흥미롭게도 2018년 5월 11일, “왜 싱가포르인가” 라는 질문이 전세계 언론에서 쏟아졌다.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친구들조차 메신저로 So random for us. Why Singapore? 라고 물어왔다. (간단히 요약된 기사 아래 참고)



싱가포르라는 나라와 싱가포르인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글을 쓰려한다. 내 발견과 경험을 나누고 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견해로 대화해보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