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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Jun 10. 2018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다른 나라의 니즈(Needs)로부터 국가의 수익을 찾는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세계 안보에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리고 세계를 비롯한 한국 언론은 5월 11일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발표된 이래 한 달째 매일 싱가포르를 언급하는 정치, 경제기사를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다.


4일 전에는 아직 우리나라 대통령도 방문하지 못한 평양에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방문한다는 기사가 속보로 나왔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조율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북한 두 국가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를 여러 분야에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견도 교환했다고 한다. 


북미회담을 이틀 앞둔 일요일 현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으며 리센룽 국무총리와 회담을 한다는 기사가 싱가포르 국무총리, 외무장관,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한국, 미국, 북한, 중국, 일본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정치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었을까

내가 찾은 답은, 싱가포르는 철저하게 

다른 나라의 니즈(Needs)로부터 국가의 수익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2014년, 크레디드 스위스 주재로 진행된 싱가포르 재무장관(타르만 샨무가라트남, Tharman Shanmugaratnam)의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어떻게 다른 나라의 니즈에 집중해 국가의 수익을 창출해왔는지 그 차별화된 경제, 정치 접근법을 소개해본다.


2017.07.29 Singapore National day 예행 연습


원 출처인 CREDIT SUISSE 온라인 사이트에서 인터뷰 내용이 링크되지 않기에 참고 출처 (https://sghardtruth.wordpress.com/2014/05/30/singapores-economic-miracle-with-minister-tharman-shanmugaratnam/)를 첨부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네 마리 용(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 국가를 일컫는 말로 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라고도 한다) 중 하나다. 말레이 반도의 최남단에 붙어 있는 작은 섬나라로 1965년 말레이 연방에서 분리될 때만 해도 식수가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공급받으며 생존을 걱정했던 나라다. 


그러나 현재는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 세계 10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부유한 나라 중 하나다. 또한 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이자 금융 중심지로 역할하고 있다.  


경제  '아시아, 글로벌 기업의 니즈 사이'


타르만 장관은 싱가포르가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3가지를 말한다. 

1. 싱가포르 시민들의 근면성
2. 외부 악조건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
3. 정부의 교육과 부동산 정책


특히 외부 악조건에 대한 대답이 인상 깊었다.

싱가포르는 천연자원과 내수시장이 전무하다시피 한 조그만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인도네시아, 태국, 조금 더 멀리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큰 주변 이웃 국가에 둘러 쌓여 있죠. 불리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추구하는, 어느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세계 시장에 산재하는 기회들을 국내 기업들이 포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것이 국내 경제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 끊임없이
세계시장의 니즈(Needs)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그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
민간경제가 어떠한 능력들을 길러야 하는지 점검합니다.

그러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국내 및 외국계 회사들이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고 싱가포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 국적에 상관없이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이고, 세계 유수기업, 사업가들을 유치해왔습니다.

<재무장관 타르만의 크레디드 스위스와의 인터뷰>


실제 싱가포르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국가 순위에서 2015년 기준 세계 8위, 아시아 국가 1위에 선정될 정도로 행정 투명성이 높아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 거점으로 선호하고 영어공용화, 정치적 안정성, 차량 담배 석유 주류 외의 모든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외국기업에게 편리한 사업환경을 제공해왔다. 


그 결과, 세계은행은 싱가포르를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장소이자 세계최고 수준의 물류허브로 꼽았고 싱가포르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근거지가 되었다.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 7000여 개와 중국계 기업과 인도계 기업이 각각 1500여 개 이상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사를 두고 있으며 싱가포르 일자리의 44% 이상이 외국기업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주변의 니즈에 집중해 수익을 만드는 태도 

미중일이라는 3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태도이며 한 국가가 성장하는 접근법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일에서도 참 중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주변 싱가포르인들의 특징이 떠올랐다. 실용주의적이다. 

개선이 가능한 작은 문제부터 스스로 찾아서 변화시키려는 실용적인 태도. 애초에 하려던 것이 안되면 그 옆의, 그 밑의 가능한 다음 것을 즉각 찾아서 취하는 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의 크고 작은 변화와 위기를 수용하고 해결책을 찾는 태도. 여러모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새롭게 배우게 되는 나라다.


세계 시장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며 성장한 싱가포르의 경제에 대한 정리는 아래의 블로그 글을 추천한다.


또 이코노미스트의 싱가포르 특별편 기사도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경제에 대해 잘 정리해주었다.



정치  '아시아 안보, 북한과 미국의 니즈 사이'


2018년 5월, 북미정상회담의 개최국으로 싱가포르가 지명된 이후 한국 뉴스에서는 매일 싱가포르가 언급되고 있지만, 6월 2일에는 북미정상회담과 별도로 한, 미, 중, 일, 아세안 각국의 국방부 장관들은 모두 싱가포르에 집결해있었다. 6월 1일부터 3일까지 아시아 안보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1세기 세계 무대의 다자 속 균형점으로 역할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두 가지 사건을 예시로 소개한다.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연설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국방부, 2018.06.02)


1. 아시아안보회의의 개최국


아시아안보회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주관으로 2002년 이래 매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다자안보회의로서,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아세안 등 아시아 및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과 고위 군 관계자 및 안보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국방 및 군사 분야의 최고위급 협의체를 설립하고자 하는 IISS와 지역 다자안보 협력을 주도하려는 싱가포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시작됐다. 아시아안보회의는 창립 이래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의가 개최돼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불린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 통이 1949년 두 나라가 분단된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양안 정상회담’을 한 곳도 싱가포르였다. 중국·대만 양쪽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안보보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국제 본부가 위치하며 아시아의 주요 외교 협상 무대로 역할해왔다.


2. 북미정상회담의 주최국


싱가포르는 미국·북한 대사관이 모두 설치되어있는 국가로서 2015년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국 전직 관리들이 비공식 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열었고, 그보다 앞서 2009년 한국의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 접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싱가포르 언론사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외국의 이슈에 관해 한쪽 편을 든 적이 없고 대화 중재 역할도 잘 수행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이상적 개최국”이라는 분석이다.


개최지가 싱가포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https://brunch.co.kr/@glomadhere/292 에서 소개한 2개의 기사를 추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예정대로 12일 개최한다고 밝힌 가운데 주최국인 싱가포르가 “좋은 주최국이 되겠다”며 최대한의 협력을 약속했다.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과 북한은 물론 싱가포르 안보당국도 회담의 안전한 개최와 진행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분주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에 우리 방식대로 작게나마 기여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발생할 보안 비용을 흔쾌히 부담하기로 했다고 응 장관은 덧붙였다.


6월 12일, 한국 아니 세계 모든 언론사 특파원들은 싱가포르에서 실시간 속보를 보내올 거다. 중국, 일본보다 한국과 미국에서 멀찍이 동남아시아 한가운데 위치한 이 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이 글로벌 뉴스에서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 건 우연이라기엔 참 대단한 일이다. 


그 중심엔 수십년간 주변 국가들의 니즈를 고민하고 그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를 정비해둔 사전 준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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