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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Sep 02. 2018

공상을 더 많이 하고, 실패를 소중히 여기자

책 '인디언 기우제'를 읽고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대. 왜 그러는지 알아?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거든

- 영화 <복면달호> 중에서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역사상 연구조사 기간이 가장 긴 심리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랜트 스터디 (Grant Study)라 불리는 이 연구는 당시 하버드 대학교 2학년 268명을 1938년 이후부터 70여 년간 추적해 심리적, 인류학적, 신체적 특성의 다양한 요소를 꾸준히 측정하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그랜트 스터디를 42년간 이끈 총책임자,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조건>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 <인디언 기우제>는 세계적인 유명인 15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윌튼, KFC의 창업자 샌더스, 피카소, 나이팅게일, 처칠, 찰리 채플린, 유진 오닐, 슈바이처, 톨스토이 등)의 생애를 분석하여 그랜트 스터디(Grand Study)의 결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인물 분석서이다.  



책 속 열다섯 인물들을 만나며 자연스레 고비, 도전, 실패, 성공이라는 인생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의 나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고비, 중학교 1학년 자기소개


초등학생 시절 내 꿈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밤하늘의 별이 너무 예쁘고 신비로워 별만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고 꿈은 커져 NASA에 들어가겠다고 굳게 말하곤 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첫 자기소개 시간, 당당한 목소리로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발표했는데 선생님께서 충격적인 말을 하셨다. "천문학자는 거지의 3요소를 갖춘 직업이야" 춥고 배고프고 밤에 잠 못 자는 거지의 3요소를 갖춘 직업이라는 말에 반 아이들은 모두 웃었고 나는 울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상하게 과학이 어려워졌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과학은 이해도 가장 안 되고 성적도 과목들 중에 가장 낮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난 문과 성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해도 잘 되고 성적도 쉽게 잘 나오는 사회과목에 더 애정이 쏟고 결국 고등학교도 문과에 진학하고 대학도 인문학부로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문과 성향이 꽤 강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 이후 그 시절 천문학자를 꿈꿨던 정도의 간절한 장래희망은 찾지 못했다. 


이 사건이 내가 겪은 인생의 첫 번째 고비였다. 그리고 나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들과 정반대로 멈췄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들은 권위적인 선생님의 말은 1학년에게 위협적이었다. 그때 들은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너무 기분이 나빴다. 위협적이고 불쾌감을 주는 ‘천문학자’라는 꿈에서 상대적으로 견디기 쉬운 대상인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인 ‘문과 성향’의 직업으로 꿈을 옮겨간 것은 전위(displacement)가 아니었을까.




왜 어른의 도전은 공상 아니 망상이 되어버렸을까


쟤는 참 별나
쟤는 공상에 자주 빠져있어

뒤늦게 왕립 사관학교에 가고야 말겠다던 처칠, 65세의 나이에 유랑을 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새로 열려했던 샌더스, 대사 공포증이 있었음에도 무대에 서고자 했던 채플린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 모던 타임즈의 배우 찰리 채플린, 상대성이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


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일생의 중간쯤 한결같이 받은 평가이다. 


어린아이들은 공상만으로 하루를 다 보내기도 한다. 소꿉놀이와 인형놀이를 하며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른이 되자 사람들은 공상이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한다. 공상스러운 꿈은 더 이상 꾸지도 않으며 도전은 안전과 바꿔버린다. 심지어 나는 어른이 되기도 전, 중학생 때 꿈을 공상 취급을 받았다. 


아이와 어른이 무엇이 그렇게 다르기에 아이였을 때는 괜찮은 꿈이 어른이면 불가능해지는 것일까. 


책에서 만난 15인의 인물은 모두 어른이 돼서도 남들이 보기엔 공상인 꿈을 계속해서 꾸었다. 이들은 모두 공상에 빠져있었으나 공상을 끝내 현실화하고 만다. 


나는 다시 “쟤는 참 공상에 빠져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어졌다. 그 말을 들을 정도로 공상인 꿈을 다시 꾸고 싶고, 이들처럼 결국엔 공상이 아닌 성공을 만들어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여주고 싶어 졌다. 목표에 대한 신뢰도는 낮으나 실현 가능성은 분명 있는 꿈들이 여전히 많다. 이 믿음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단비를 기다리며 나만의 기우제를 준비할 각오도 생겼다. 




실패를 하면 할수록 실패가 성공으로 데려가 준다


대학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이 “기성인이 되기 전에 최대한 실패를 많이 해봐라”라고 말하신 적이 있다. 

"기성인이 되고 난 후의 실패는 스스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진짜 실패지만, 그 이전의 실패는 모두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이다. 최대한 많은 실패를 하는 건 많은 배움을 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셨다. 


실패에는 선행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도전!


나이가 들며 도전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취준생부터는 눈앞의 합격에만 급급해 당장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고, 꼭 필요한 것들만 찾아서 하느라 결과가 불투명한 도전은 줄어들었다. 일을 시작한 이 후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실패에 따르는 책임이 커서 도전을 못한다는 변명만 늘어났다. 


기성인이 되기 전 실패는 용서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새삼 와 닿는다. 많은 실패가 당장의 급한 하나의 성공보다 얼마나 더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그랜트 스터디가 주는 교훈도 실패를 겁내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충격적인 사건 한, 두 가지가 개인의 인생행로 전체를 결정짓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실패가 성공을 낳았다고. 


숱한 실패 후 성공, 책 속 인물들에게서 찾은 공통점 


KFC 할아버지 샌더스의 일생은 실패를 하면 할수록 그 실패가 그를 성공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마치 그의 삶은 마지막의 큰 성공 1개를 위해 9개의 실패가 기다렸던 듯 보인다. 9개의 실패 후 마지막 성공이 있었기에 그는 이 성공을 이타주의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첫 성공을 일찍 만났더라면 인생의 끝을 연이은 9개의 실패로 장식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65세의 도전 성공신화,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와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  


자기가 성공했다고 만족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자기는 끝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지금 성공하지 못했음을 슬퍼하지 말고 자신의 '꿈'(성공)이 이루어질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순간의 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믿음과 기다림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음 장의 제목이 딱 ‘꼭 한 번은 성공의 꽃이 핀다 - 닉슨’이다. 닉슨은 퇴임하는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였다. 


"젊은이들은 그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위대한 성취는 당신의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외치는 닉슨의 퇴임 연설문은 이 책이 내내 외치는 목소리와 같았다. 




책을 읽으며 책 속 15인을 넘어 그들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내게 새롭게 떠오르는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깨달았다. 인생의 쓴 맛, 단 맛, 오르막, 내리막을 하나하나 경험할 생각도 안 하고 도전과 공상을 멈췄다니.


고비를 외면하지 말고, 공상을 더 많이 하고, 실패를 소중히 여기자.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할, 그리하여 깨닫지 못할 것들이 너무나 많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동안 고비를 외면하지 말고, 공상을 더 많이 하고, 실패를 소중히 여기자. 글을 마치며 처칠의 대학 졸업식 축사 두 문장이 들린다. “Never, never, never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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