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에서 두려움을 느꼈을 때 이 책을 찾게 됐다.
최근 회사에서 두려움을 느꼈을 때 도움을 받은 책이 있다.
6년 차에 접어든 지금 회사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높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직에서 찾을 수 있고, 남들이 하지 않는 어려운 일에 도전해서 성취하면 인정받았다. 종종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배움이 컸고, 도전하는 만큼 다양한 시장, 팀, 직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나의 아래, 옆, 위의 조직 변화를 동시에 겪으며 스트레스 수준이 매달 조금씩 높아졌다. 변화 관리에 추가적으로 써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커지며 개인의 삶과 업무 성과 또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더 주어지면 하나씩 다 잘 대처할 수 있는 일인데 동시에 일어나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새로운 일이더라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내 능력도 부족하다'라고 느꼈다. 더 공부를 해서 실력을 키우거나, 집중하고 노력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급박한 환경에 부족한 스스로에 조바심이 났다. 한 달 정도 평일에는 아침 7시부터 미국 미팅에 들어가고, 저녁까지 다음 날 아침 미팅을 준비하다 잠드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짧은 잠도 혹시나 피곤해 미팅을 놓치면 어떡하나 푹 자지 못했다. 일주일만 천천히 내 페이스를 찾고 싶은데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지금 당장은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느꼈다. 그러다 결국, 일의 스트레스로 몸이 먼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주말 내내 몸살감기로 누워 해결책을 찾던 중 '두려움 없는 조직'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구글 출신의 선배가 추천해 준 기억이 있는 책인데, 그 당시엔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와닿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안정감을 느끼던 회사에서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회사는 굳이 직원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두려움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다. 변화로부터 두려움은 내가 스스로 걱정하며 키웠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시간', '능력'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이 사라진 게 나를 이렇게 몰아붙였다는 걸.
두려움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는 이유
신경 과학자들은 두려움이 편도체, 즉 위협을 감지하는 뇌영역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또 두려움이 체내 자원을 전혀 다른 곳에 써버리게 한다고도 했다. (p.45)
실제로 위 기간 동안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집중도를 떨어트리고, 한 가지 과제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시간이 부족해 조바심이 나는데) 오히려 늘리는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경험했다. 특히 위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심을 잡는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매니저의 질문 하나하나에 불필요한 과다 대응을 하고 있었다.
심리적 안정감 없이 업무 수행기준이 높은 상황
조직의 업무 수행기준은 항상 높았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을 땐 '성과 지향적 문화'로 오히려 내 성장을 이끄는 상황이 심리적 안정감이 낮을 땐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의 정의가 된다 (p.148)
는 걸 표로 보고 내 상황이 더 잘 이해됐다.
결국 나는 다시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회사가 원하는 것!) 시간, 능력(을 키울 시간)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변화를 관리해 달라고 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 팀 리더는 동시에 일어난 큰 변화들이 팀에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받아들였다. 한 가지 변화는 시간을 늦춰 3분기부터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새로운 매니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관리하는 게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보다 현재 더 중요한 상황임을 강조해 주었다. 팀 리더의 의중을 파악한 새 매니저는 행동을 빠르게 바꿨다.
호기심, 동정, 헌신 (Curiosity, Compassion, Commitment)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영향을 끼치는 일'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본보기가 되어 다른 사람이 바뀌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p.233)
이 경험 이후에 나는 동정 (Compassion)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동정심은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누구나 저마다 힘든 시기에 직면해 낙담하거나 방황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정말 일 때문에 몸이 크게 아프기도 한다는 걸 실감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하고 회복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팀원들의 이런 순간을 일찍 포착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깨졌을 때 이를 회복하는 걸 우선시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짧더라도 회복할 시간과 믿음을 주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 몸살로 48시간을 내리 누워있던 주말, 이 책과 함께 '회복 탄력성의 뇌과학'을 읽고 건강한 루틴 (잠, 아침 시간, 10분 산책)과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크게 배웠다. 내가 겪지 않고,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중요성을 몰랐다.
위 글은 오랜만에 시작한 독서모임의 독후감이었고, 독서모임이 끝나고 떠오른 소중한 생각들을 추가로 적어둔다.
조직, 매니징, 성과 관리에 대한 책을 읽는 모임의 이름은 '코끼리'
1. 방 안의 코끼리 (Elephant in the room)를 못 본 척하지 않는 연습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은 (모두가 존재를 알지만) 언급을 꺼리는 문제를 말한다. 대놓고 말하기 힘든 사안에서 정의가 끝난다. 하지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방 안에 거대한 코끼리가 있다고. 독서모임에서 유독 말해야 하지만 말하기 힘든 조직의 어려운 문제를 꺼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덕분에 평소 고민해 보기 어려운 '대표의 입장', 뼈아프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자기 객관화', '오프보딩, 잘 헤어지는 것의 어려움' 같은 좀 더 쉽지 않은 주제를 꺼내고 견해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대표의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키워드는 흥미로웠다.
조직 전체를 이끄는 리더의 심리적 안정감: 대표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대표의 심리적 안정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누가 챙겨 주는가.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 수준과 대표의 수준은 일치할까.
오프보딩, 잘 헤어지는 법: 남아있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공존하는 시기, (회사에서 흔치 않은) 사건에 대한 개인의 차이가 드러나는 시기. 우리는 그 중요성과 잘 매니징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2. 회사 반, 개인 반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
수면 위로 올라온 어려운 조직 문제일수록 회사 반, 개인 반의 노력이 합쳐져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몫을 요청하는 것보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게 좋다. 회사 (매니저)는 문제 제기를 '듣고'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 비효율성이 나는지, 어떤 프로세스 혹은 누군가가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더 개선할 방법이 있다고 믿고, 리더로서 방법을 찾거나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개인에게는 '자기 객관화'의 필터가 필요하다. 회사 차원의 문제 개선이 시간을 갖고 일어나는 동시에 개인은 일하는 방식, 스스로의 성과, 효율성, 그리고 능력까지도 숙고해 보고 여기서도 개선점을 찾는 게 좋다.
논의된 사례로 특정 구성원 혹은 팀에 대한 과도한 업무량이 문제시될 때, 방법은 인력 충원, 타 팀과의 업무 조정, 팀의 업무 방식 변경 등 회사와 팀 차원에서도 일어나야 하고, 개인은 이런 변화 이전에 스스로의 업무 처리 방식, 효율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시간이 유독 많이 드는 부분을 개인적 향상으로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객관화'는 능력이고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과 커리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
특히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조금 더 개인주의적인 환경이다. 고용과 해고가 동아시아 (한, 중, 일) 보다 유연하고 퇴직금 제도도 없다. 동시에 근무 환경도 유연하다. 외국인이 30% 이상인 환경에 아시아 시장 전체를 담당하며 국경을 넘나들고 매월 출장을 다니며 일하는 팀과 포지션이 많기에 오피스에 출근하는 빈도나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는 보통 중요하지 않다.
최근 테크업계에서는 일을 양적으로 많이 하는 사람은 오히려 인정받지 않는다. '기술 활용력', 즉 능력이 높아 압도적으로 많은 일을 누구보다 짧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때 훨씬 높은 성과를 안정적으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일에 매몰 되어 개인의 삶 (가족, 건강, 휴가, 취미 등) 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삶은 좋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3-4년마다 회사를 바꾸는 게 회사와 개인 둘 다의 유연한 선택이기에 회사에 문제 해결 기대치 혹은 의존도가 높지 않다.
회사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다른 회사를 옵션으로 포함해 커리어 플랜을 하는 게 당연하기에 개인의 경쟁력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특정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비중이 낮은 환경에서 자기 객관화는 우선순위가 꽤 높은 능력이다.
3. 커뮤니케이션과 도움 청하기의 중요성
아래에서 위로 "말하길 잘했다" 같은 순간, 직원이 나를 더 지키기 위해 말하는 순간,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빛을 발한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더 귀하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올라왔을 때 리더의 비폭력 대화법은 능력이다. 독서모임에서 배운 '관느욕부'를 실천해 보기. 관찰 (no 평가) - 느낌 (no 생각) - 욕구 - 부탁 (no 강요)을 순서대로 해보기. 들으려는 노력에도 상대의 방어적인 반응이 어디서 어떤 포인트에서 오는지 알기. 물론 이런 대화는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30분의 1:1이 1시간 아니 2시간이 돼버리곤 한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능력이 또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분명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