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파수 알기
시간을 내서 만나면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에너지가 채워지는 모임이 있다. 그런 모임, 즉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시간을 내게 된다. 토요일 오후, 모임에서 나는 대화들을 에너지를 얻어 글로 정리해 본다.
쉼이란 뭘까? 잘 휴식한다는 것은?
쉼이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행동하는 것 아닐까. 그 결과, 에너지가 충전된다.
시간. 시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또 실감한다. 인간이 갖는 가장 큰 한계는 시간 제약이 아닐까. 제한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사회와 경쟁하느라 나를 잃어버리곤 한다. 쉼은 그런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여유와 쉼이 많은 삶이 점점 행복의 상징이 되는 이유다.
자율성. 쉼은 나에게서 출발한다. 누가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럴 때' '어떤 지' 아는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시간을 에너지로 바꿔 마일리지를 쌓는다. 나 사용법 노하우가 좋은 휴식을 스스로 창조해 낸다. 어떤 날은 이게 알람 없이 푹 자는 잠이고, 어떤 날은 테니스 운동이고, 어떤 날은 친구와의 맥주 한잔이고, 어떤 날은 여행이고, 어떤 날은 독서와 글쓰기다. 시간이 주어지면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내 맘대로 결정하면 된다.
우선순위. 잘 휴식하는 방법으로 뇌과학에서는 '딱 두 가지만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한 번에 두 가지가 뇌가 할 수 있는 한계라고 한다. 휴식을 할 시간이 주어지면 이 귀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종종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선택 장애가 생겨 계획에 시간을 뺏기거나, 결국 하려던 걸 다 못한다는 아쉬움에 지쳐버리거나, 휴식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일이 돼버리곤 한다. 인생의 진리로, 시간과 퀄리티는 상충한다.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질수록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확률이 높고, 반대로 짧은 시간 밖에 없다면 더 높은 퀄리티는 포기하는 게 맞다. 휴식의 시간이 주어진 이 순간, 내 우선순위 (체력 회복, 가족과의 시간, 배움과 성장, 감정적 즐거움, 유대 관계 등)를 명확히 알고 딱 두 가지만 선택해서 이번 쉼에는 그것만 잘해보자.
지금 2주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바로 내일 뉴욕에 갈 거다. 충분한 시간, 내가 하고 싶은 행동과 존재하고 싶은 공간, 새로운 도시와 경험의 확장이라는 흥미가 맞아떨어진다. 거기에 10월이면 날씨도 좋다.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서로를 아직 잘 모르는 우리는 근황을 나누다 서로 좋아하는 걸 나눠보았다. 야구, 축구, 음악 등 관심사가 나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은 운동선수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이유 없이 좋은 무언가 뒤에는 사실 내가 부여한 이유가 있다.
내가 캐릭터 '스티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티치의 못생긴, 하지만 너무나 쾌활한 큰 입 웃음이 좋아서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못생긴 (너무나 웃겨서 얼굴이 망가지는) 웃음을 짓게 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어른이 된 뒤로 입을 크게 벌리고 이를 드러내며 무방비 상태로 큰 웃음을 짓는 건 1년에 5번도 채 안되지 않는가. 10대, 20대 때는 친구들과 일상이 시트콤 같고 시시콜콜한 농담도 그렇게도 웃겼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큰 웃음소리를 자주 내지 않는다. 천진난만하고 개성 가득한 스티치, 특히 입을 벌리고 크게 웃는 스티치를 보면 나도 더 유쾌하게 살고 싶어진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못생긴 웃음을 더 자주 짓고 싶다.
I am what I buy 정도 되겠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때, 내가 무엇에 기꺼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돈을 쓰는지 떠올려보면 도움이 된다. 나는 '미술'이다. 스티치를 이긴다. '미술'에 매월 시간과 돈을 그 무엇보다 많이 쓴다. 내년 6월, 10-12일에 열리는 3 days of design 디자인 축제를 위해 코펜하겐에 가기로 결심했다. 바로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했다.
좋아하는 일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다. 좋아하니까. 욕심을 부렸다가 힘들어져도 금세 잊고 또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차원이 다른 무엇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강하게 좋아하는지 알고,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 돈을 쏟는다면 반드시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 나에게서 솟아오르는 무언가로 살아보려고 할 때, 강렬한 에너지가 나오고 그 에너지가 모든 걸 압도한다는 걸 알면서도 종종 잊는 우주의 원리가 아닐까.
나 사용법을 아는 사람
나이가 듦에도 '그래, 이게 나야'를 안 까먹고 계속 지켜가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뚜렷이 있고 거기에 꾸준히 시간을 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점점 더 멋져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세상에는 어려운 순간도 닥치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거나 타협해야 하는 순간도 있기에 항상 '나'대로 살 수는 없다. (그럼 세상에서 혼자 살아야겠지.). 나를 잠시 잃었다가도 필요할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삶이면 된다.
세계관을 확장해 주는 사람
배우는 걸 좋아한다. 세상의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온몸으로 보고 느끼고 수집하는 걸 사랑한다. 그래서 여행은 나에게 강렬한 즐거움과 영감을 준다. 여행도 결국 새로운 시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혹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의 폭과 깊이를 좌우한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그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발견될 여지가 커지고,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가까운 이와 함께 세계관을 넓히는 시간을 갖는다. 혼자보다 천천히 하지만 더 멀리 가곤 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만이 줄 수 있는 감정적 유대에 더해 나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주는 파트너의 한 가지가 무엇일까, 정말 솔직한 한 가지를 고르자면, "세계관을 확장해 주는 사람" 옆에서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하고, 함께하는 시간에 어떤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열린 마음과 대화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우주의 기운을 위해 내 주파수를 명확히 잡자)
환경이 불편해도 어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빨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채워지는가. 친구들 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점점 더 많이 시간을 쓰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하지는 않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행위 자체는 좋게 봐주는 사람에게 따듯함을 느낀다. 서로 다른 관심사와 좋아함을 응원한다. 그렇게 혼자 또 같이. 어떤 건 혼자 심취하고 어떤 건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면 꽤 오래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