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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좋아하니까 삶이 더 다채롭다

색감을 찾는 일상

by Alicia

색감이 가득한 일상.

매주 토요일 오전에 자전거를 타고, 크로와상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강변 카페가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다 보면 강변 풍경과 테이블에 놓인 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따라 꽃의 색 조화가 아름다웠다. 샛노랑 꽃과 연분홍 꽃, 작은 연보라 색 꽃까지 파스텔 톤의 완성이다. 여기에 민트그린 색의 컵받침까지 이 순간 내 앞에 놓인 사물들은 주말의 여유로움 속 눈에 들어온 자연을 색을 품고 있었다. 눈앞의 색들을 꼬리 물고 주변을 둘러보니 강변 카페에 앉은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컬러풀한 옷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이 입은 취향이 담긴 옷과 스타일, 강아지들의 다양한 털 색까지 너무나 다양한 색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또 지나가고 있었다.



눈앞의 장면에서 컬러 추출해 내기.

올해 초,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유독 노란색이 끌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연노랑 가죽 스니커즈를 사 왔는데 출근길에 신발을 꺼내 신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다. 노란 폴로셔츠와 빨간 바지를 입고 전시회를 간 적이 있는데 전시회에 있던 직원이 "이렇게 화사한 색의 옷을 입고 전시에 와줘서 고마워"라고 칭찬해 준 게 아직도 종종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 사려고 한 흰 셔츠를 사고, 추가로 사는 셔츠에다가 너무 샛노란 색인 거 같아 런던에서 여러 번 고민했는데 사길 참 잘했다. 이후 원색의 옷을 사는데 점점 더 스스럼이 없다. 올해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컬러의 옷을 시도해보려고 한다는 말을 (일부러) 자주 하고 다닌다. 아침 카페에서의 시간 이후, 발견하면 살 패션 아이템 리스트에 민트그린 색 치마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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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다채로운 여름의 색.

싱가포르에서는 샛초록 건강한 식물들, 뜨겁게 하얗고 빛나는 햇살, 파랗고 시원한 물을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 한 때, 여행을 간 나라의 첫인상을 색으로 정해보곤 했는데, 호주는 매일매일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하늘색', 싱가포르는 '초록색'의 나라로 기억됐다. 싱가포르에 살며, 여전히 초록색을 가장 많이 자주 보지만 샛노란 태양, 청명하고 투명한 물, 하얀색의 빛나는 햇빛까지 하루에도 느낄 수 있는 색 에너지가 참 많아 좋다. "왜 미술이 좋아?"라고 물으면 "미술을 볼 때 막 에너지가 생겨. 충전되는 기분이야"라고 대답하곤 한다. 나도 왜 인지는 모르지만 내 뇌는 분명 그림, 조각, 건축, 다양한 형태와 색의 사물들에 반응한다. 운동을 할 때도 실내 짐보다는 야외 풀, 야외 테니스 코트, 강변 러닝 코스를 좋아하고, 그 이유는 운동을 하며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때도 두리번두리번 대다가 "아, 오늘 하늘 너무 예쁘지 않아?" "아, 이 테니스 코트에 햇빛과 그림자 든 거 너무 예쁘지 않아?"라고 말하곤 한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색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싱가포르에 막 왔을 때, 유독 자유롭고 컬러풀한 옷을 많이 입었다. 작년에 다소 심각한(?) 연애를 하며 스스로를 많이 바꾸려 했고, 그 연애가 끝나고 옷장을 보니 컬러풀한 옷들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내 옷에 컬러가 많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나의 컬러를 찾는 요즘이다. 미술 사조도 패션도 그렇고 항상 유지되는 아름다움은 없다. 오르락 내리락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변화한다. 그렇기에 변화도 받아들이고 그저 지금 이 순간, 이 시기에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포착하고 표현해 보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요즘 유독 자연과 일상의 풍경에서 패션의 영감을 받는다. 그런데 원하는 색감과 디자인의 옷이 시중의 브랜드에서 찾기 힘들고, 검색만 반복하다 순식간에 아이디어가 사라진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다양한 컬러를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에는 도서관과 서점에 가 색과 관련된 미술 책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사 와야겠다.


미(아름다움)를 잘 발견하는 사람.

테크 회사지만 인문계열 출신에 감수성이 풍부한 소수의 사람들은 술 한잔 하면 그렇게 인문학 이야기를 한다. 일할 때는 1%도 하지 않는 우리의 취향 이야기. 며칠 전 한 선배가 동료랑 "Alicia는 미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미를 잘 발견하는 것 같아요."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누군가 나만의 특수한 능력을 물었을 때, "사물(사람)의 아름다움 찾기"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의 컬러, 노랑색 . 연노랑, 연두, 연핑크, 바이올렛, 연브라운, 노랑빛이 살포시 들어간 혹은 노랑빛과 어울리는 그런 색들로 올해를 조금 더 다채롭게 채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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