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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Dec 16. 2017

커피

몇 번째 커피 수업을 듣던 날 ,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미혜씨가 내리는 커피는 늘 끝 맛이 좋아요"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의 분위기를 사랑해서 아르바이트 역시 카페에서 많이 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만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커피에게 , 마시러 오는 사람에게 늘 미안했었다. 그래서 더욱 배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독학으로 터득해온 사람인지라 배운다는 것 자체에 너무 미숙했다. 괜히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정말 큰 결심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단 것을 안다. 그래서 더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머릿속과 행동 , 두 가지가 주는 것은 다르니까 많이 고민하고 많이 행해야 한다.  그렇게 커피를 배우면서도 내가 잘 알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혼자 또 끙끙거리다 어떤 것은 어렵다고 작가님께 말씀드렸다.  그렇게 나를조금 내려놓았다.

그 이후로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주는 부담감도 내려놓고는 매일 추출을 연습하고 있다. 부담을 줄이니 전에는 흐렸던 그 원두들 고유의 향을 좀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내린 커피는 끝 맛이 좋다. 나는 그걸 생각할 것이다.
또 나는 그처럼 여운이 남는 사람이었길 바란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한 사람이었으나 흘러가는 시간 속 어느 날 어떤 순간에 깊은 여운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의 여운을 닮은 커피를 내려 아름다운 끝 맛을 소중한 인연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더 붙잡아야겠다.

 생과 사람과 커피, 그 모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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