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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Jan 12. 2018

어느 날의 기록 180112

180112

날이 차다. 한동안 해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비타민D가 부족하여 비타민제로 채웠다. 
해를 보러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안에 있는 사이 세상은 많이 차가워졌다. 
차가워졌다는 사실도 잠깐잠깐 나갔을 때가 모여 
겨우겨우 차가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1월이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거듭되고 나이가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그 나이가 되면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 나이다. 
점점 무던해지는 나를 바라보며 , 과연 이대로도 좋은 걸까라는 의문은 들더라.

억지로 무언가를 하게 할 생각은 없다. 한 발치 떨어져서 나를 봤을 때 힘들게 참으며 하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 그렇기에 내린 선택이다. 

평소처럼 작업을 하고 ,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고 , 그림을 그린다. 
요즘은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인지 책을 잘 읽지를 못한다. 
하루하루 겨우 몇 장씩을 읽어 내려간다.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약 때문에 그런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 타박하며 자극을 줄 생각은 없다. 
이런 시간들로 인해 나에게 생길 일들은 어쨌거나 온전히 내가 감당하는 것뿐이니까 , 
늘 그랬던 것처럼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멍하게 있을 뿐이니까.

그냥 당분간은 조금 더 멍해도 '그렇구나'라는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래도 그러면서 기록을 참 많이 해왔다.

그중 하나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기록하고 있다. 
'귀로 듣고'라는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서 내 취향의 노래들을 마음껏 올리고 있다. 
가끔 이웃님들이 '저도 좋아해요 '라는 댓글을 올려주실 때마다 괜스레 웃음이 난다. 
오래전에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 어떤 것을 사랑하며 원하는지에 대해서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않는다기보다 말하지 못했다. 의견을 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감투를 쓰는 일들을 하곤 했다. 
그 당시 본래의 내성적인 성향의 나를 억제했었고 외향적인 사람인 것처럼 활동했었다. 
그때 알게 되었던 사람들은 지금 많이 차분해졌다고  , 변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이다. 

뭐 , 물론 그때 그 당시에도 그 모습은 나였다. 
나이를 먹어가고 다양한 경험들을 더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이겠다.
아픔과 슬픔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다. 
언제나 밝기만 하지 않은 내가 되었다. 
그렇다고 밝고 웃음 많은 모습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드는 프리랜서가 되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일때도 있다.
어린 날에는 그런 나를 보며 억지로 노력하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더 나를 생각하기로 했다. 자꾸자꾸 생각해야 안다. 
약 때문인지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많이 기록한다.
남겨야지 , 가득 남겨둘 것이다.
나중에 다시 잠깐잠깐 보게 될 때에 , 나는 추운 날씨를 겨우겨우 알아챘던 것처럼
나를 또 조금 더 알아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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