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0
190720
그것은 늘 머물러 있다.
한동안 괜찮다가도 , 갑자기 훅 밀려와서는 죽을 것처럼 아찔한 기분을 만든다.
꾸역꾸역 눈물이라도 흘려보겠다고 , 슬픈 영화와 아픈 노래들을 찾아보고 듣는다.
몇 방울을 기꺼이 흘려보내고 나서도 괜찮냐면 그렇지 않다.
울어서 보내고 흘려보내도 남는 건 아릿한 마음.
날 땅 아래로 무너뜨리려는 듯 기어코 묻어둔 기억들을 꺼내 든다.
그중 제일 숨 가쁘게 하는 것은 , 엄마 투병 때의 기억이다.
울다 숨을 고른 후 눈을 감는다.
떠오른다.
엄마의 발작에 놀란 내가 긴급 벨을 누르고 간호사 분과 함께 뛰쳐나가던 기억이.
엄마가 읽던 책 사이 끼여있던 종이에 적혀있던 ' 미운 딸내미 '라는 다섯 글자가.
아픈 엄마 옆에서 몇 달간 투병을 하며 지쳐가던 내가 열개가 넘는 약을 먹었던 날이.
옆에서 몰래 울다 엄마에게 들켜서 엄마를 울렸던 순간들이.
매일 적던 짧은 기록장에 반복했던 희망이라는, 지금은 덧없는 글자의 나열이.
좀 더 강하지 못해서 한참을 죄스러워하던 나의 22살이.
기어코 엄마가 숨을 거둘 것 같던 날 , 동생과 잠을 번갈아가며 자면서 엄마 손을 잡던 순간과
다음날 새벽 울며 친척들에게 전화했던 그때의 내가.
조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지쳐 잠드는 나를 보며 수군대는 사람들 속에서 지켜주던 친구들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엄마를 보낸 후 2년간은 매일 울었다.
울지 않는 날을 손꼽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점점 우는 날은 줄어가지만 , 웃는 날이 늘진 않았다.
지금까지도 잘 웃지 못하고 , 웃는 내가 여전히 달갑지 않다.
환청을 들을 정도로 괴로웠고 조금의 피를 봐야 안정이 되던 유년시절과 ,
엄마를 잃은 기억에 이따금씩 아파하는 나에게
과거에 얽매여선 안된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괜찮지 않냐면 , 그렇지도 않다.
반복되는 매일과 상실 덕분에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
후회는 없다.
미래, 역시 없다.
내겐 과거와 오늘만이 있다.
지금을 산다.
괜찮지도 괜찮지 않지도 않은,
지금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