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 그 흠집 : 욕심

025. 욕심

by 글루미악토버



가까운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역량에 대해 하찮게 생각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에 그 사람은 나를 의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가능성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 의심을 마주했을 때 무너지려 했다. 꾹꾹 참고 있다가 혼자만의 공간에 이르렀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눈물이 얼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힘없이 떨어졌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의 내가 서 있는 이 부분만 한없이 밑으로 꺼지는 것 같았다.


새하얘진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지금까지 내 앞에서 보였던 상대방의 모습이 모두 거짓말 같았다. 나의 가능성을 의심했다는 그것만으로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억울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준 만큼 받고 싶어 했던 내 머릿속의 또 하나의 내가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모두 지워버리고 싶어했다. 그 하나의 나는 '욕심'일 것이다.


욕심이었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길 바라는 그 모습은 욕심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지워버리고 싶었던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려본다. 한참 멍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 나를 마주해본다.


나는 나를 언제나 낮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없었다. 바깥에서 나를 스스로가 이야기할 때에 언제나 '무언가는 못하지만 '으로 모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사람에게도 그랬다. 나에 대해 드러낸 적이 없었다. 상대가 나의 가능성을 의심했던 것은 그 때문이리라 싶었다.


애초에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사람에게 보여준 내 모습에는 우물쭈물하는 모습밖에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또 한 번 그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정말 욕심이었다.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길 바라면서 내가 마음을 열지않았고 믿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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