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사라진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졌을 때 나의 주위 사람이 겪는 마음이 어떨까라는 생각.
그 날을 가정해본다. 나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에는 너무 놀라 아파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내가 없는 그 순간들을 적응할 것이다. 한 번씩 어떤 장소를 지나갈 때나 , 어떤 일을 할 때에 내가 떠오를 것이다. 그 아픔이 큰 아픔이 아니었으면 한다. 나는 내가 세상을 떠난 후 그들이 한 번씩 나를 떠올릴 때에 눈물을 너무 흘리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는 일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 부담과 힘듬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애초에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많은 머뭇거림이 있었다. 있었다고 말하려니 과거가 아니라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도 머뭇거린다.
언제나 시작하기 전에 머뭇거렸던 일들은 시작하고 나면 시작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시작했던 일들이 좋지 못하게 끝맺음을 하는 날에도 마찬가지다. 아프지만 그래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할 때에는 끝맺음이라는 것이 없다. 내가 끝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에도 상대는 그렇지 않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끈의 두께 차이일 뿐, 끊어지지는 않는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위로를 받았다. 그러다 다시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날에는 그런 생각을 시작한다.
' 아아 , 사라져 버렸으면. 그냥 죽어버렸으면 '이라고 말이다.
그 반복으로 인해 한계에 도달했을 때는 지치고 숨고 싶은 마음에 세상과의 소통수단을 잠시 접어두고 작은 예고만을 한 채 사라진다. 사라진 척을 한다. 지친 스스로를 위해 선택하는 어쩌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걱정들 속에서 안도했던 적이 있었다. 또 위로받은 거다. 사람에게
그래서 나는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나라는 사람이 만약 이 곳에 없을 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너무 고맙고 ,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로 인해 큰 아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대로 , 지금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나로서 이런 나를 한 번씩 떠올려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