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떨림의 빈도

하프문

by 박지선

하나의 아버지는 신호음 한 번에 전화를 받으셨다.

안 그래도 걱정돼 하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데, 차에서 진동이 울리는 걸 듣고 더 놀랐다며.


"그러니까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넣지 말랬지…"


그러니까, 그래서, 하여튼으로 시작되는 구구절절 이어지는 걱정의 말들.

하나는 딱 잘라 말했다.


"이화다방. 빨리 안오면 진짜 가만 안 있을거야?"


전혀 무섭지 않은 협박이었지만, 단호했다.


전화를 끊고 돌아온 하나는 커피를 찔끔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호수도 그걸 보고 슬쩍 컵을 밀어두었다. 사실, 호수는 커피를 마실 줄 몰랐다.


괜히 전화만 빌리기 미안해서, 두 사람은 메뉴에서 가장 싼 '아메리카노'를 하나씩 시켰다.

호수는 그저 하나를 따라한 것뿐이었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먹을 만한 음료를 시켰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하나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다만, 메뉴엔 입에 맞을 만한 것이 없었을 뿐.


잠시 후, 하나는 뭔가 불편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말보다 행동 하나에 더 많은 걸 담기도 한다.

그걸 오래도록 지켜보는 건, 말수가 적은 호수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하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을 꺼내 한 모서리를 둘둘 말았다.

장미를 접어보다 말고는, 얼음잔에 맺힌 이슬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어쩐지 뭔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가만히 있질 못했다.


지루한 걸까.

반면, 그런 하나의 움직임에 호수는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어딘가를 보더니, 하나는 일어나 다방 벽면에 놓인 물고기 수조 앞으로 걸어갔다.

호수도 조용히 따라갔다.


하나는 수조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눈으로 부지런히 좇았다.

손가락으로 물속을 따라가며, 조용히 시선을 쫓았다.

호수도 그 눈길을 따라 한 마리 물고기를 발견했다.


수조 속 조명이 반사된 그 물고기는, 유난히 하얗고 빛나 보였다.


"이 물고기 이름은 하프문이야."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호수는 고개를 돌려 하나를 바라봤다.


"베타라는 종류의 물고기인데, 화이트 오페크 하프문이라고 불러. 꼬리 모양이 반달 모양이라서 그래."


하나는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물고기에서 떼지 않았다.

호수도 다시 그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반달처럼 빛나는 지느러미였다.


"이 아이는 단독으로 키워야 해. 지능이 높아서 먹이 주는 사람을 알아본다? "

"엄청 예쁘지? 근데 이래 보여도 엄청 사나워. 혼자 키워야 해."


하나는 조용히, 그러나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은, 수조의 조명 때문일까? 아니면 하프문의 꼬리처럼 빛나는 그 순간 때문일까.


호수는 빛나는 눈으로 설명을 이어가는 하나의 얼굴에서 미묘한 떨림을 느꼈다.


지느러미의 유영, 반사되는 조명, 일렁이는 물결-

그리고 그 모든 걸 품은 하나의 얼굴.


둘은 다른 것을 바라보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름다움일까, 새로움일까.

호수는 그 실체에 닿아보고 싶었다.


손을 들어 하나의 머리카락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머리는 비에 젖어 조금 빳빳했다.

그러자 하나의 시선이 물고기에서 호수에게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닿았다.


하나의 눈동자 속에서

호수의 얼굴이 달빛처럼 희미하게 떠올랐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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