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랑의 무게와 초록의 에너지

여름의 초입

by 박지선

초록빛이 채 마르지 않은 나뭇잎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하나는 엎드린 채, 그 위를 느릿하게 기어가는 무당벌레를 바라봤다.

마디 하나를 넘지 못해 제자리만 맴도는 작은 벌레. 하나는 그걸 30분 동안 지켜봤다.


무언가를 끝까지 참아보려던 마음은, 햇빛에 데이는 듯 녹아내렸다.

팔을 머리 뒤로 넘기고, 벌러덩 누웠다. 눈을 감자, 구름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햇살은 모든 것 위로 끊임없이 쏟아졌다.


커다란 뭉게구름이 하늘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오늘의 청초함은 내일이나 모레쯤 찾아올 습한 비의 예고처럼 느껴졌다.

햇빛이 구름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몇 번이나 하나의 눈을 찔렀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방금 전까지 고요하던 나뭇잎이 팔랑이며 들썩이고,

무당벌레가 몸을 움찔였다.

하나는 무릎을 들어 반동을 타듯 상체를 일으켰다.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며, 흩어진 나뭇잎과 함께 생각의 조각들까지 흔들었다.


한숨을 길게 뿜었다.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도록.

그리고는 곧장 몸을 일으켜, 언덕을 단숨에 달려 내려갔다.

뺨을 스치는 몽글바람이 귀여웠다.

그 바람방울 속에 남은 복잡함까지 담아 보냈다.

마치 스스로를 바람에 던지는 기분이었다.


언덕을 지나 평지에 다다르자, 햇빛이 아스팔트 위로 튕겨 올라왔다.

열기에 막힌 숨을 틔우듯, 하나는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핀 뒤 오른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고, 걸음을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 발걸음에 맞춰.

하나, 둘, 셋… 1025걸음.

마지막 10걸음이면, 익숙한 남색 바다가 펼쳐질 것이다.

하나는 다 알면서도, 그 순간 눈을 감았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이, 이, 일, 영.

땡.

정확히 10걸음 같았던, 14걸음을 지나 눈을 떴다.

그러나 곧장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이건 하나만의 작은 루틴이었다.

3년 동안 지켜온,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 없는 의식.

하지만 오늘은, 다시 셋을 세었다. 무당벌레처럼 느리게.

셋, 둘, 하나—땡.


그리고—


바다를 등지고 선 아이가 있었다.

마치, 방금 전 무당벌레를 바라보던 하나처럼.

아이는,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호수는 자신의 몸이 움찔거린 이유를 바다의 서늘함이 목덜미에 닿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건 차가움이 아닌, 따뜻함의 종류였다.

사각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다가오는 무언가.

거대한 바다의 품을 향해 눈을 감고 오는 아이.


마치 밀물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움직이는.

그 아이의 걸음 뒤로, 초록의 녹음이 따라왔다.

키도, 몸집도… 자신보다 한 뼘쯤 작아 보이는 아이.

하지만 그 아이가 가져온 풍경은, 호수가 알던 세상과는 달랐다.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둘의 시선은 같은 곳에 머물렀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