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식단 - 2

돼지고기 수육 원푸드 다이어트

by 소은

8 체질 전문 한의원에 찾아가 본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정신적 외상은 어차피 천천히 회복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체력이라도 금방 회복되길 바랐다. 그러던 중 과거 언젠가 지인이 말한 '8 체질 한의원에서 체질 진단을 받고 먹으면 도움이 되는 음식과 도움 되지 않는 음식의 종류를 알게 되었다'던 저장 된 기억이 솟아올랐다. 왠지 체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면 체력 향상과 함께 몸이 건강을 되찾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올라왔다.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서치 했고 집에서 가까우면서 명의로 꽤 유명한 곳을 찾아냈다(내가 이런 쪽에 은근히 재능이 있다).


그곳은 독특하게도 첫 방문이라면 3시간짜리 원장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곳이었다. 보통은 예약이 밀려 수개월 대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혼자 방문하는 거라 마침 남은 딱 한 자리에(?) 바로 그 주 토요일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병원에서 3시간이나, 강의를 들어야 한다니! 황당하긴 해서 고민을 좀 했고 결국 호기심이 이기고 말았다.


당일날은 오랜만에 마치 교양 수업을 듣는 것 같아 설렜다. 그러나 강의는 그야말로 어색함 자체였는데 좁은 강의실(그냥 진료실이었다)에서 아이스브레이킹 없이(나름 했을 수도 있지만 전혀 브레이킹 되지 않아 별 효과는 없었다), 처음 보는 강사와 강제 아이컨택을 하며 억지 상호작용을 해야 했고, 그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고령인 클래스메이트들도 마찬가지여서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로 질식할 것 같았다. 간신히 3시간을 견뎠지만 지금 남은 건 한의학 용어들의 잔상과 강의의 핵심인 '간해독이 몸을 구원하리라'는 단 한 문장이다. (디테일하게 설명은 못하지만 어디서 들으면 '아~ 그거' 하고 떠오르는 상태다)


아무튼 그곳에서는 몸에 자리한 각종 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간해독'을 권했고 치료방법으로는 지금보다 체지방을 더 빼야 하며, (모든 환자들에게) '돼지고기 수육 원푸드 다이어트'와 '간해독 한약'을 처방했다. 돼지고기가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이고 근육을 잃지 않고 오직 체지방만 빼기 위한 방법이라는 이유였다.


3시간의 방대한 강의 덕분인 건지, 처음 접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치료법이 신기하기도 해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다이어트가 된다니 솔직히 솔깃했다. 먹고 마실 수 있는 건 오직 블랙커피, 물 그리고 체중에 따른 수육 살코기와 간장, 소금이었다. 그렇게 매일 탄수화물과 당을 섭취하고자 하는 충동과 죽고 싶은 충동과도 싸웠다. 너무 고독했다.


결과적으로 이 치료법의 효과는 굉장했다. 나는 이 다이어트로 3주 만에 체지방만 7kg을 감량했다. 비록 몸이 말라감과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바짝 말라갔지만(매일 음식 외에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었다) 간해독의 효과가 더해져 몸은 활기를 되찾았다. 만성 피로와 싸우며 죽을 것 같았던 아침이 가뿐해져서 일찍 일어나게 됐고 잦은 트러블이 났던 피부는 매끈하고 깨끗해졌으며 체취도 사라졌다. 입는 옷의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마음에도 생기가 돌았다. 아마 건강이 좋지 않을수록 효과가 더 컸을 것 같다.


36532392b042479970ce24589ee4ed51.jpg 이 사진은 내가 만든 게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사태 부위를 삶은 수육을 먹었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하듯 한 달 이상은 같은 식단을 지속할 수 없었다. 7kg이 빠진 다음엔 체중이 정체가 됐었는데 한의원에서는 목표 체중을 정해주었고 그 말인즉슨, 그것에 도달할 때까진 식단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체중계의 숫자는 내 멘털을 갉아먹었다. 결국 숫자 앞에 무너진 나는 약간의(?) 보상적 폭식을 겪고 다시 본래의 식사 패턴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는 기가 막히게 쫀득하고 부드러운 수육을 만들 수 있고 드라마틱한 간해독 효과의 경험자이다.


비록 힘들었지만 이것은 내 인생에서 몸이 가장 건강하게 변한 다이어트였다.


다음 편에서는 극단적 식단에 대한 마지막 편을 써보겠다(분량 조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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