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 부모님들께 홈스쿨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질문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그림..
나른한 오후,
점심 설거지를 다 끝내고,
아이들도 자기들이 정해놓은 많지 않은 그날의 할 일을 끝낸 후 책을 가져와서 읽기도 하고, 만들기나 그리기를 하고 있는 거실로 햇볕이 비춰 들어오는 풍경..
지금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아이들과 뒹굴뒹굴하면서 별거 아닌 일에 깔깔깔깔 웃는 각자의 여유로운 시간,
거실에서 읽고 싶은 책이나 만들기 재료 등을 들고 베란다 창문 너머 들어오는 햇볕을 맞으며 셋이 함께한 시간들이 꽤 있었다.
그 시간들이 홈스쿨을 하면서 지금도 너무 감사하고 기뻤던 순간이다.
가끔 남편에게, 당신은 매일 출근해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이 소소한 행복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최대한 사진을 찍어 보내주곤 했다.
이 기쁨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순간들.
아이들과 함께 일상에서 누렸던 소소한 일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기회들이 많기에 지금도 참 감사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질문을 종종 받는데,
힘들었던 순간이 감사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친정아버지께서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으셨을 때, 서울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셔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아침 일찍 나갔다가 하루 종일 아버지 병간호를 하고 친정식구들과 교대하고 집으로 오곤 했다.
오가는 지하철에서 많이 울기도 했었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 잘 있어줬고 남편도 아침저녁으로 더 부지런히 많이 도와줬기에, 아빠를 너무 안타깝지만 잘 보내드릴 수 있었다.
아이들도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가정의 긴박한 위기상황들, 그 과정들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친정아버지 장례식 둘째 날, 큰 아이가 나를 안고 꺼이꺼이 울면서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것도 너무 마음이 아픈데, 나는 엄마가 너무 좋고 엄마가 필요했다"라고 말하는데 첫째가 잘 버텨주었기에 참 고마웠다.
지하철을 잘못 갈아탈 정도로 넋이 나간 시간들이었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버텼던 듯하다.
아가씨가 아이들을 시댁으로 내려보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이 옆에 없으면 내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며 거절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은 당연히 있었지만, 아이들이 옆에 있어줬기 때문에 그 힘든 시간들이 소소한 일상의 감사와는 다르게 또 다른 큰 감사의 시간들이었다.
혹시나 앞으로 가정의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같이 헤쳐나가는 것이 가족에게 귀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