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기도입니다.

by 꿈꾸는작은자

큰 딸이 어릴 때 활동했던 합창단 연습실은 우리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번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리 집은 마을버스의 시간 간격도 길고 전철역과 가깝지도 않아서, 서툴지만 그때부터 그나마 아는 길은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딸의 합창단 활동 덕분이다.


큰 딸의 합창단은 매주 두 번씩, 한번 모이면 3시간 이상 연습했다.

언니보다 네 살 어린 둘째도 엄마인 나도, 연습실 근처에서 큰 딸의 연습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둘째의 낮잠 시간이 겹칠 때가 많아서 휴대용 유모차에서 목과 허리가 꺾인 채로 잠자는 것은 둘째의 흔한 모습이었고,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연습에 함께 따라온 단원의 동생과 놀거나 근처 복지관이나 문화 교실에서 둘째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과학실험프로그램, 미술 프로그램 등을 찾아서 들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연습실 옆 빈방에 앉아서 다른 부모님들과 기다리는 시간도 종종 있었다.

연주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한 찬양을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가 유난히 더 또렷하게 들리던 그날은, 둘째도 나도 기다림에 지쳐 책도 안 읽히고 몸도 맘도 풀이 죽은 날이었던 듯하다.

끌리듯이 귀를 기울이게 된 아이들의 합창 소리..

40명 내외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아름답게 찬양하는 소리를 들으며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 왈칵 흘렀다. 아주 나중에도 이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였을까?

연습실 근처를 둘째의 유모차를 밀고 걸으면서도,

둘째가 심심하지 않도록 근처 이런저런 프로그램으로 데리고 가, 거기서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도,

또 연습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 기다림이 기도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니 나는 진짜로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들을 사랑하고 돕고 키우는 시간 동안, 잘하는 것 별로 없는 내가 그저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큰 딸은 호기심과 에너지와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열정적인 아이다.

그래서 큰 딸을 돕는 기다림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연결해 주고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 기다림이 기도였다.

둘째는 지금 여기를 누리는 즐겁고 행복한 아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것,

그 기다림이 둘째를 향한 기도이다.


하나님께서도 나를 이렇게 기다리고 계시겠지? 물론 하나님의 기다림에 비할 순 없지만..

부족하고 연약한 나를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기다리고 계시는 나의 아버지..

엄마가 되고 아이를 양육하며 홈스쿨을 해온 시간을 지나,

이젠 누군가 내게 무엇을 잘하냐고 물어보면,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것’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도’라고..


하나님께서 이끄심을 신뢰하고 믿고 기다리며 오늘의 나의 자리를 지키는 일..

엄마가 된 후 내게 훈련시키시고 가르쳐 주신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기에, 나의 연약함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하나님께 이야기한다.

‘아빠, 기다림이 기도임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지금까지 가장 선하게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을 알기에 오늘도 기다립니다. 가장 좋은 것으로 채우실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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