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아침에 조용히 QT 하면서 마시는 커피, 기도하는 시간, 편안한 사람들과의 따뜻한 대화..
이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예전에 큰 딸이 ‘엄마는 물욕이 없어서 선물을 고르기가 힘들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맞다.
나는 물욕이 별로 없어서 옷도 가방도 액세서리도 화장품도 갖고 싶은 것이 없고 소유하고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책도 어찌 보면 편독이다. 신앙서적 위주로 읽으니 말이다.
나의 청춘시절은 어떠했나? 그때도 좋아하는 것이 흐릿한 삶이었나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쁘게 살았던 것은 기억난다. 대학시절,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1시간 50분이나 걸리는 학교를 4년 동안 지각 결석 한번 없이 열심히 다니고 과학생회장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번 돈으로 공연이나 콘서트도 열심히 보러 다녔던 듯한데, 지금은 그 에너지가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를 만큼 MBTI, I가 되어버렸다.
홈스쿨을 하면서 아이들을 향한 기도제목 중 하나는, 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발견해서 즐겁게 누리고 생활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더 깊이 배우고 싶은 공부나 직업과 연결이 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삶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누리며 사는 인생은 하나님께서 주신 매우 큰 선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큰 딸은 어려서부터 음악과 책,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다.
홈스쿨을 하면서 어떠한 활동을 시작할 때는 늘 아이들의 의견으로 시작했는데, 8세 겨울즈음 큰 딸이 교회에서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어린이 합창을 연습하면서 합창의 매력을 느꼈었나 보다.
이후, 합창단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기도하며 아이에게 맞는 합창단을 찾아보았고, 큰 딸이 지금의 전공과 모든 활동을 하게 된 시작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귀한 합창단을 9세 초에 만났다.
오디션을 보고 합창단에 합격하여, 서로를 배려하며 한 목소리를 내는 귀한 합창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4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 동안 음악만을 배운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타인의 소리를 듣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같은 큰 무대에 함께 서서 떨지 않고 노래 부르는 것 등 참 많은 것을 선물 받은 시간들이었다.
큰 딸은 어린이합창단을 그만두고도 다른 합창단 활동을 코로나 이전까지 즐겁게 했다.
음악, 공연, 뮤지컬의 매력을 깊이 누리며 자란 큰 딸은 코로나 이후, 직접 하는 합창단 활동을 넘어, 공연을 보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누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가정 홈스쿨의 목표는 대학 입학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하나님께서 심기워주신 씨앗을 발견하고 그것을 꽃피우는 삶’이었기에 대학 입학도 본인이 선택하도록 도와주었다.
큰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결정한 후, 대학입학을 선택했다.
가고 싶은 학과가 정해져 있고, 그 학과가 있는 대학이 서울경기권에 몇 개 되지 않았기에 대학별 커리큘럼을 찾아보고 가고 싶은 대학을 결정한 후, 홀로 입시를 준비해서 또래보다 조금 일찍 입학을 했다.
어찌 보면 무모한 과정으로 보이지만, 섬세하게 간섭하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능한 시간들이었다.
큰 딸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걸어갔던 길이었기에 참 감사하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공연기획을 배우며 연출분야 공부로 더 확장시켜 가고 있고, 관련 동아리나 아르바이트, 극단활동으로 배움을 깊고 넓게 누리고 있음에 또한 감사하다.
홈스쿨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경험이 조금은 일찍 큰 딸의 길을 열게 도와주었던 것이 아닐까.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둘째도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편이다.
운동, 그리기, 만들기, 야구관람, 예능프로그램 등..
요즘은 매일 아파트 헬스장으로 등원(?^^)하는 둘째.
그림을 따로 배운 적 없지만 제법 잘 그리고 손재주가 좋아서 뭐든 잘 만드는 둘째.
둘째는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누리고 있고, 이것을 진로로 확장시켜 가는 것에는 아직은 관심이 없다.
그래도 부모의 눈에는 좋고 괜찮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참 귀하고 행복한 삶이니까.
두 딸은 홈스쿨을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여유 있게 누릴 수 있었던 듯하다.
홈스쿨이 준 많은 선물들이 있지만, 이것이 참 감사한 제목 중의 하나이다.
육아와 홈스쿨의 시간이 20년을 훌쩍 넘은 나는
어쩌면 좋아하는 것이 흐릿해진 것이 아닌,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은 것이 아닐까?
반복되는 일상가운데서도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연습’처럼,
하나님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교제할 수 있다는 것을 훈련받으면서,
그 시간이 가장 귀하고 복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시간이 가장 좋다.
이 것을 알고 누리고 나니 정말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임에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