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의 기록
일이 하기 싫어졌다. 정말 지긋지긋하고 끔찍해서 울고싶을 정도로 하기 싫어졌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열심히 하고싶은 마음도 없어서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자꾸만 몸과 마음이 도망을 친다. 그럼에도 계약된 몸이라 출근을 하는 내 자신, 회의자리에 앉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내 모습, 들려도 안들린 척 알아도 모른 척 하면서 지내는 내 영혼은 가만히 붙어 있지를 못하고 어딘가를 둥둥 떠다닌다. 하고싶은 것을 찾아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어찌나 용기있는 일인지 이제는 알아버려서, 함부로 그만두겠다는 말도 나오지를 않는다. 다들 이렇게 사는걸까? 하루 24시간 중 9시간 ~ 10시간을 일과 함께하는데, 이렇게 부품처럼 사는 게 어른인 걸까? 생각하면 마음에 얹어진 돌덩이의 무게가 실감이 난다.
이직을 할까, 내 경력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이력서를 들이밀었다. 우연히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게 된 곳도 생겼다. 아직 최종에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기회도 그저 왔으니 잡았을 뿐이지 정말 하고싶은 일인가? 내가 여기로 이직하면 나의 지금 상태가 나아질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그게 제일 문제다. 본질을 파보자면 지금의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너무 어렵다. 너무 싫다. 어쩌다보니 흘러들어온 직무는 늘 사람을 만나야 한다. 답답한 대화를 억지로 풀어나가야 한다. 살갑게 한두마디 던지면 쉽게 풀릴 일이지만 이악물고 던지는 영혼없는 나의 말에 어찌나 소름이 끼치는지. 이건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 그런 건 이미 깨달은 지 꽤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직을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그것을 잘 모르겠다.
하기 싫은 것들을 참아내면서 살아야하는 걸까 이렇게 재미없이? 답답함에 숨이 턱까지 차면 오래 전 하지 않았던 아주아주 나쁜생각까지 떠오른다. 그냥 이번주를 살아내기 위해, 나쁜 생각을 먹지 않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공호흡을 시켜주는 내 사람과 함께, 가벼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조금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지옥으로 출발한다. 죽지 말고 살아보자. 일단 숨만 쉬면서. 숨은 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