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올해는 유난히 긴 추석 연휴가 이어졌다. 직장인에게 열흘이라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기간이었고, 때마침 며칠째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야외 활동 대신 긴 연휴를 대비해 도서관에서 빌린 여러 책들을 마주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 잡은 책은 바로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제일기획에서 부사장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최인아 작가는 수많은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던 사람에서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인생을 잘 브랜딩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퇴사 이후 <최인아책방>을 열며, “이제는 회사를 대신해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여정의 기록이 바로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다.
책 속에선 “문제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는 언제든 환경 탓, 조직 탓, 혹은 상황 탓을 하며 ‘내가 이렇게밖에 못하는 이유’를 찾아낸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듯 진짜 물음은 ‘나는 어떤 중심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다. 그 중심이 ‘나’일 때, 일의 방향이 달라진다. 회사에서 일하지만, 그 일은 결국 ‘내 이름으로 하는 일’ 이기 때문이다.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해서 모두 꽃이 피는 건 아니다.” 이 문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노력이라는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꽃처럼 피어오르진 않는다. 그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기 위해서는 물을 주고, 햇볕을 받고, 바람과 비를 견뎌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견디는 힘이 바로 ‘태도’ 라는 것이다.
이 태도는 단순한 근면이나 성실과는 다르다. 태도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방향성이다.
때때로 일은 나를 힘들게 하고, 세상은 내 노력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창업자든 직장인이든, 스스로를 위해 일해야 한다. 회사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내가 일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은 재미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도 여러번 강조해서 일러 주었다. 이 문장은 ‘재미’라는 단어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우리가 흔히 ‘재미’라고 하면, 즉흥적이고 가벼운 느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인 노력’과 ‘몰입’이라는 문턱을 넘을 때에만 비로소 손에 쥐어지는 보석 같다. 달리기를 할 때도, 처음엔 그저 힘들고 귀찮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리듬을 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의 즐거움이 바로 ‘재미’다. 10km 달리기 경험이 많은 나에게는 처음 2km를 지나면 리듬을 타는 순간이 언제나 찾아 온다. 이건 피트니스, 글쓰기, 그리고 일에서도 똑같다. 처음부터 재미있기 때문에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했기 때문에 재미가 생긴다. 즉, 시간과 노력은 단순히 ‘노고’가 아니라 ‘재미의 문을 열기 위한 입장료’인 것이다.
2025년의 긴 추석 연휴는 쉬기에도, 그리고 생각하기에도 여유로운 시간이다. 연휴의 여유 속에서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일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내가 하는 일은 진짜로 ‘내 이름’으로 하는 일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굴러가고 있는 일인가? 이 질문을 곱씹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결과는 방향이 아니라 ‘부산물’이다. 태도라는 씨앗이 있어야 결과라는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기 위해서는 꾸준히 물을 주고, 바람을 맞으며, 비를 견뎌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바로 ‘시간과 노력’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재미’라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최인아 작가의 글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중심에 두라’고 말한다.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일이라는 무대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즐길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세계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조금씩 물을 주고, 비를 견디며, 바람을 맞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재미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