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두려움 사이의 클릭 한 번
"언제 팔아야 하나요?"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언제 헤어져야 하나요?"만큼이나 답하기 어렵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상대의 모든 게 좋아 보이지만, 이별의 신호가 보일 때 외면하면 결국 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은 주식과의 현명한 이별, 즉 매도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주식을 살 때 우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신제품이 대박날 거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온다고!", "구독 서비스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거야" 등등.
그런데 어느 날 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면?
예를 들어보자. A라는 배터리 회사에 투자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전기차 시대가 온다! 이 회사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그런데 분기 실적 발표를 보니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면서 주문량이 30%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건 마치 "너 요리 잘해서 좋아했어"라며 사귀기 시작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배달앱만 쓰기 시작한 격이다. 투자 논리가 훼손된 것이다.
분기 실적 발표 자료는 우리의 연애편지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보내는 정기 편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매출 증가율, 영업이익률, 가이던스(실적 전망) 등을 꼼꼼히 체크하자. 내가 산 이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미련 없이 매도하는 게 답이다.
"차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정확히는 "주가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10일 이동평균선은 단기 추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주가가 3일 연속으로 10일선 아래에서 마감한다면? 이건 명백한 이별 신호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다. 두 번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은? 그건 패턴이다.
마치 데이트 약속을 3번 연속 펑크 낸 연인처럼, 주가가 3일 연속 10일선을 이탈한다는 건 "나 이제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어요"라는 신호다. 물론 나중에 다시 올라올 수도 있지만, 그건 재결합 스토리이지 지금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는 아니다.
흑삼병은 3개의 긴 음봉이 연속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각 봉의 시가가 전날 종가 근처에서 시작해 하락 마감하는 모습인데, 마치 까마귀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불길한 소식을 전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021년 말, 테슬라 주가가 고점을 찍고 흑삼병이 나타났을 때가 기억난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시적 조정이겠지"라며 물타기를 했고... 뭐, 그 다음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흑삼병이 나타났다면?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고점 부근에서 나타났다면 더더욱.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이 회사 주식을 사면 몇 년 만에 본전을 뽑을까?"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적으로 PER 20배는 한 사이클의 고점에서 자주 나타나는 숫자다.
왜 20배일까? 20배라는 건 현재 수익 기준으로 20년이 걸린다는 의미인데, 투자자들이 "미래의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바로 이 근처인 것이다.
물론 성장주나 테크주는 PER 30배, 40배도 흔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종목들이 PER 20배를 넘어서면서 과열 신호를 보였고, 이후 조정을 받았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한 친구가 PER 50배가 넘는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PER이 뭐가 중요해? 이 회사는 혁신이야!" 그 회사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주라 해도 PER 20배를 넘어서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내가 지금 비싸게 사는 건 아닐까?" 정도는 의심해봐야 한다.
매도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워렌 버핏을 뛰어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은 우리를 큰 손실로부터 보호해준다.
<매도 체크리스트>
분기 실적을 보니 내가 산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가?
3일 연속 10일선을 이탈했는가?
흑삼병 같은 명백한 하락 신호가 보이는가?
PER이 20배를 넘어 과열 구간에 진입했는가?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경계 모드에 진입해야 한다. 두 개 이상이라면? 진지하게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매도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자산을 지키는 적극적 행위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고, 떨어질 때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한 번 크게 수익 내는 것보다,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도 현명한 매도로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