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는 기술이 아니라 심리다

매도는 이익을 확정 짓는 동시에 가능성을 포기하는 행위다

by 송윤환


“이미 5일선 아래로 내려가는 중인데, 던져야 하나, 추매 해야 하나?”

단톡방에 올라온 첫 문장이었다. 주식시장에 오랜만에 온기가 돌자, 사람들은 다시 모니터 앞에 모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화방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기술적 지표를, 누군가는 외국인 매도를, 또 누군가는 기관의 수급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의 바탕에는 하나의 공통된 감정이 깔려 있었다.

‘지금 팔아야 할까,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까?’


2025-11-05 18 36 13.jpg 25년 11월 5일, 뜨겁던 코스피가 폭락했다.


시장의 온도는 숫자보다 빠르다


주식시장에서는 뉴스보다 체감이 먼저 온다. 누군가 “전세계 증시에서 한국이 가장 뜨겁다”고 말할 때, 이미 시장의 온도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돈이 몰린다는 말이 들리면, 그건 돈이 막 빠지기 시작하는 신호일 때가 많다.

하이닉스가 오르고, 2차전지와 ESS가 주목받고,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온다. 겉으로는 강세장 분위기지만, 그 이면에서는 기관의 조용한 매도 행렬이 이어진다.

시장의 표면은 언제나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이미 누군가의 계산이 끝나 있다.

그렇다. 시장은 항상 ‘먼저 움직이는 자’를 위한 무대다.


개미가 사면 왜 떨어질까?


“개미가 사서는 절대 상승 못 합니다.”

대화방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처음에는 그 말이 불편하게 들렸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그 말이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왜일까?


시장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손은 늘 감정에 흔들린다.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산다. 차트가 아니라 분위기로, 가치가 아니라 불안으로 결정을 내린다.

결국 개미는 ‘이제 좀 오르겠지’라는 순간에 들어가고, 바로 그때가 기관이 물량을 던지는 시점이다.


“지금 주가 안 오르고 지하실에서 출구 못찾는 종목들 보세요. 전부 개미지옥입니다.”

이 말은 냉정하지만 사실이었다. 시장은 감정의 땅이 아니라 확률의 게임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이 뉴스에 나온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의도’다.

외국인은 단기 트레이더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3개월, 6개월 뒤를 본다.

기관은 외국인보다 한 템포 느리지만, 개미보다 훨씬 빠르다. 결국 개미는 시장의 마지막 손님이다.“외국인 기관만 패를 다 보고 치는데, 개미는 옷도 못 입고 전장에 뛰어드는 거거든요.”

대화방에서는 이런 문장이 흘러나왔다.

참 잔인한 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은 늘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언제 사야 할까’가 아니라, ‘언제 팔아야 할까’다.

매도는 기술이 아니라 심리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를 기술적 판단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심리다.


매도는 이익을 확정짓는 동시에, 가능성을 포기하는 행위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수익을 날려버린다.

좋은 매도는 이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이미 시장의 공기가 바뀌었다면, 이미 ‘모두가 산다’는 말이 들린다면,

그때가 바로 나만이라도 조용히 팔아야 할 때다.


순환매의 함정


“이제는 코스닥이 시작입니다. 순환하면서 코스닥 섹터를 건드릴 겁니다.” 이 문장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깝다. 큰 자금이 빠져나가기 전, 시장은 늘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

코스피가 지쳤을 때 코스닥이 오른다. 2차전지가 식을 때는 AI, AI가 끝날 때는 바이오가 뜬다. 그렇게 순환하는 동안 외국인은 빠져나가고, 남은 건 개미뿐이다. 시장에는 늘 ‘마지막 피날레’가 있다.

그 피날레에 박수를 치는 사람은 많지만, 조용히 퇴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장은 언제나 말하고 있다

결국 매도 시점을 묻는 질문의 답은 시장 안에 이미 있다. 차트의 선보다, 뉴스의 제목보다, 대화방의 분위기 속에 먼저 담겨 있다.


“지금 돈이 몰리고 있어.”

“이번 주는 외국인 매도가 계속이야.”

“기관이 매도세면 진짜 물릴 겁니다.”

이 말들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시장이 스스로 내뱉는 신호다. 시장은 절대 말을 하지 않지만, 항상 속삭인다. 그 속삭임을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이익을 챙기고 다음 싸움을 준비한다.


시장은 이기려는 자를 시험한다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을 때, 손이 떨리며 ‘지금 팔까?’ 하는 그때가 바로 매도 시점이다.

그때 팔면 후회가 남고, 기다리면 손실이 남는다.

결국 시장은 이기려는 자를 시험하고, 이기는 자는 자신을 이긴 사람이다.


시장에는 늘 탐욕과 공포가 공존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용히 나올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시장의 승자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지는 매도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