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걸려도 멈추지 않고, 요란하지 않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
1월 22일 아침 기온 영하 12도. 코스피 5천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싸늘한 기온처럼 주식 계좌가 시퍼렇게 물들어 있다. 전국민이 다 아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중에 한 종목이라도 샀더라면 올 겨울은 그 어느 해 보다 따뜻했을 터인데, 불나방처럼 남들 좋다는 것만 비쌀때 쫒다보니, 붉어야할 계좌는 아직도 퍼렇다. 소문난 잔치에 밀려오는 소외감으로 멘탈마저 무너진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는 방식을 아는가? 많은 사람들이 쇄빙선이 강력한 힘으로 얼음을 부수며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쇄빙선은 자신의 무게를 이용해 얼음 위로 올라간 뒤, 묵묵히 그 무게로 얼음을 누르며 전진한다. 요란하게 부수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누르고 견디며 나아가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우리는 조급해진다. 어제 오른 종목을 오늘 팔고, 내일 떨어질까 봐 오늘 산 종목을 모레 정리한다. 뉴스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커뮤니티의 소문에 포트폴리오를 뒤집는다. 단기 차트를 들여다보며 얼음을 깨부수듯 시장과 싸운다.
하지만 그렇게 요란하게 깨부수려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수수료만 쌓이고, 세금만 늘어나고, 심리적 소진만 반복된다. 매매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다.
쇄빙선은 얼음과 싸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무게를 믿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압력을 가한다. 시간이 걸려도 멈추지 않고, 요란하지 않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다.
좋은 투자도 그렇다. 단기적인 등락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무게를 싣는 것이다. 오늘 주가가 10% 빠졌다고 당황하지 않고, 내일 15% 올랐다고 흥분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선택한 기업이 5년, 10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묻는다.
장기 투자의 핵심은 '잘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잘 견디는 것'이다.
좋은 기업을 골랐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의 변동성을 감당하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시장이 반토막 났을 때도, 2022년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가 무너질 때도, 좋은 기업들은 결국 다시 일어섰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손절하고 떠났느냐는 것이다.
쇄빙선이 얼음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듯, 우리도 시장의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내가 고른 기업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이 기업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기 트레이딩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성은 커지고, 예측은 어려워진다. 하지만 장기 투자는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일이다.
좋은 장기 투자 종목은 이런 질문들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10년 후에도 필요한가?
경쟁사 대비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경영진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 성장에 집중하는가?
위기 때마다 회복력을 보여준 역사가 있는가?
매출과 이익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에 있는가?
반대로 이런 종목들은 피해야 한다.
테마주나 재료주처럼 일시적 관심으로 움직이는 종목
차트와 모멘텀에만 의존해야 하는 종목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종목
부채가 과도하거나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종목
쇄빙선의 선장은 매 순간 얼음의 두께를 재지 않는다. 진로를 믿고, 배의 무게를 믿고, 나아갈 뿐이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분기 실적이 한 번 부진하다고 패닉할 필요도 없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여전히 가치를 만들고 있다면, 시장은 언젠가 그것을 반영한다.
역사적으로 S&P 500은 100년 가까이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락과 반등이 있었다. 1929년 대공황,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매번 "이번엔 다르다"는 공포가 있었지만, 시간은 결국 좋은 기업의 편이었다.
투자는 목적지가 있는 항해다. 은퇴 자금일 수도 있고, 자녀 교육비일 수도 있고, 경제적 자유일 수도 있다. 목적지가 명확하다면, 가는 과정에서의 파도는 견딜 만하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부수지 않고 누르듯, 우리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기업을 선택하고 묵묵히 보유하는 것. 그것이 쇄빙선처럼 투자하는 법이다.
요란하게 깨부수는 대신, 조용히 누르고 견디며 나아가라.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