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 사례를 통한 물타기 방법론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선택. 내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내려갔을 때, 추가로 매수해서 평균단가를 낮출 것인가 말 것인가? 이른바 '물타기'다.
계산은 간단하다.
10만원에 10주를 샀는데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졌다면, 5만원에 10주를 더 사면 평균단가는 7만5천원이 된다. 주가가 7만5천원만 회복하면 본전이다. 10만원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달콤한 계산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있다. '주가가 반드시 회복한다'는 가정. 과연 그럴까?
물타기는 평균단가를 낮추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N씨가 엔씨소프트 주식을 59만원에 10주를 샀다면 총 투자금은 590만원이다. 여기서 21만원에 10주를 추가 매수하면 총 20주에 평균단가는 40만원이 된다. 주가가 40만원으로 회복하면 본전이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전제가 있다. 주가가 반드시 회복한다는 믿음. 과연 엔씨소프트는 40만원으로, 아니 최소 30만원대로라도 돌아갈 수 있을까?
N씨가 가진 엔씨소프트 주식을 S씨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비교해서 살펴보자.
삼성전자 (2월 현재가 약 16만5800원)
52주 최저가: 5만2500원 → 최고가: 16만9400원
2026년 영업이익 전망: 80~113조원 (증권사별 상이)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가: 19만3661원
HBM 수요 증가, AI 반도체 호황 지속
투자의견: 적극 매수
엔씨소프트 (2월 현재가 약 21만3500원)
52주 최저가: 13만4600원 → 최고가: 25만8500원
2025년 영업이익: 161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가: 26만2458원
아이온2 출시 후 반응 엇갈림
2026년 신작 (신더시티 등) 기대감
현재 한국 증시는 반도체, 원전, 방산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게임주는 외면받는다. 시장이 이런 섹터 로테이션을 보일 때, 소외받는 업종에서 물타기로 승부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삼성전자에 물을 탔다면 어땠을까? 5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오르는 과정에서 평균단가를 낮췄다면 이미 큰 수익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다르다. 25만원에서 21만원으로, 21만원에서 다시 18만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104만8000원의 고점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59만원도 이미 충분히 하락한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21만원이다. 물타기 후 15만원대로 떨어진다면?
게임주 전체가 어렵다.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업종 전체가 침체일 때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1만원에 물을 타는 대신, 그 자금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면? 상승하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과 하락하는 업종에서 버티는 것의 차이는 크다.
물타기의 승산을 따지려면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1. 엔씨소프트의 펀더멘털이 살아있는가?
2025년 흑자 전환은 긍정적이지만, 영업이익 161억원은 시가총액 4조원대 기업으로선 미미하다.
2. 신작 파이프라인이 신뢰할 만한가?
아이온2 출시 당일 서버 장애, 과금 모델 논란 등 우려가 있다.
2026년 신작들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3. 섹터 로테이션이 언제 돌아올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게임주로 자금이 이동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 사이 엔씨소프트가 버틸 수 있을까?
59만원의 손실을 21만원에서 만회하려는 심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물타기는 '평균단가 낮추기'가 아니라 '추가 손실 위험 떠안기'다.
만약 59만원에 산 10주를 그대로 두고, 추가 자금을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엔씨소프트의 손실은 손실대로 남지만, 삼성전자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일부를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른바, 통산이다.
* 통산(通算)이란? 한마디로 종목과 기간을 나누지 않고 전부 합쳐서 계산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물타기 시나리오
현재가 21만원에 추가 매수
목표가 40만원 (본전)
필요 상승률: +90%
예상 기간: 2~3년?
확률: 30% 추정
삼성전자 추가 투자 시나리오:
현재가 16만원에 투자
목표가 19만원 (애널리스트 평균)
필요 상승률: +17%
예상 기간: 6개월~1년
확률: 60% 추정
숫자는 냉정하다. 엔씨소프트가 90% 상승하는 것과 삼성전자가 17% 상승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현실적인가?
물타기는 확신이 있을 때만 해야 한다. "이 회사는 반드시 회복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확신이 단지 "내가 이미 샀으니까"에서 나온다면 위험하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과거의 매수가가 아니라, 오늘의 투자 판단이다. 59만원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 이 순간, 21만원에 엔씨소프트를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가?
아니면 그 자금으로 상승하는 섹터에 올라타는 것이 더 현명한가?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게임주가 다시 뜨는 날을 기다리는 동안, 반도체주는 이미 두세 배를 올릴 수도 있다. 물타기의 승산을 묻기 전에, 먼저 기회비용을 따져보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