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과 아베노믹스

2026년 2월, 한국 증시의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

by 송윤환

마침내, 코스피가 6000을 넘었다.

숫자 자체보다 더 놀라운 건 속도다. 지난해 6월 3000대였던 지수가 불과 8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 5000선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6000을 찍었고, 장중에는 6100선마저 넘었다. 시가총액은 5000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G20 국가 중 수익률 1위. 어느 지표를 봐도 지금 한국 증시는 뜨겁다.

그런데 이 뜨거움,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데자뷔: 2013년 일본이 생각나는 이유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왔을 때 닛케이 지수는 1년 만에 57% 폭등했다. 잃어버린 20년의 침묵을 깨는 것 같았다. 그 중심에는 과감한 금융 완화, 재정 지출 확대, 그리고 기업 구조 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이 있었다.


지금 한국 정부가 쏘고 있는 화살들을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비슷한 윤곽이 보인다.

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 아베노믹스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아베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일본 기업들이 자본을 쌓아만 두고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는 관행을 깨는 것이었다.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ROE 개선 압박. 그리고 2012년 PBR 0.8배였던 닛케이 기업들의 가치는 서서히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1, 2, 3차에 걸친 상법 개정, 어제 국회를 통과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오랫동안 0.8배 내외를 맴돌던 코스피 PBR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큰 손 투자자들이 지켜야 할 착한 주주 규칙과 의무를 말함


② 정책 주도의 증시 부양 = 아베노믹스의 GPIF 자금 투입

아베 정부는 일본 국민연금(GPIF)의 주식 비중을 대폭 높이며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국가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자 외국인 투자자들도 뒤따랐다.

한국에서는 기관이 올해 들어서만 10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를 받아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금 흐름을 만들어냈다.


③ 반도체·AI 실적 서프라이즈 = 아베노믹스의 엔저 수출 효과

아베노믹스의 초기 동력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대기업 실적 개선이었다. 토요타, 소니 같은 대형주가 먼저 오르고 시장 전체를 이끌었다.

지금 한국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HBM 수요 폭증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주당 100만 원을 돌파했고, 두 기업의 시총 합계가 코스피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코스피 2026년 예상 순이익 증가분의 70% 이상을 이 두 기업이 설명한다.


그럼에도 다른 점들

물론 아베노믹스와 동일한 그림은 아니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극단적 금융 완화가 핵심이었다. 당시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국채 매입이라는 전례 없는 정책을 펼쳤다. 지금 한국은 그런 통화 환경이 아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 아베노믹스가 불을 지핀 것은 '저평가 해소'였지만, 이번 한국 상승장의 절반 이상은 반도체 실적 자체의 폭발적 성장이 근거다. 정책이 아니라 이익이 먼저 달리고 있다. 2026년 코스피 이익 전망치가 연초 대비 60% 가까이 상향됐다는 사실은, 이 상승이 단순한 유동성 파티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종착점도 기억해야 한다. 닛케이는 2015년 이후 장기 횡보에 들어갔다. 구조 개혁은 절반만 완성됐고, 실물경제의 온기는 주식만큼 뜨겁지 않았다.


26년 2월 25일 코스피 6천 시대가 열렸다

그래서, 사팔사팔이냐 Buy & Hold냐

여기서부터가 진짜 질문이다.

이렇게 가파른 상승장에서, 조금 오를 때마다 팔고 빠졌다가 내릴 때 다시 들어가는 단기 매매('사팔사팔' 전략)가 나을까, 아니면 그냥 쥐고 버티는 게 나을까?


사팔사팔 전략의 매력

한 달에 1000포인트씩 오르는 장이면 분할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하고 조정 때 다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실제로 일간 변동성은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5~6%씩 오르내리는 날도 있다.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사면 수익률이 극대화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아베노믹스 국면에서 '너무 올랐다'며 닛케이를 6000포인트에 팔았던 사람들은 12,000을 보지 못했다. 미국 S&P 500에서 가장 좋은 10일만 놓쳐도 장기 수익률이 반 토막 난다는 연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10일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Buy & Hold의 진짜 적

Buy & Hold의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심리다.

6000을 넘었을 때 "조정이 오면 팔겠다"고 버티다가, 막상 조정이 오면 "더 빠질 것 같아서" 팔지 못한다. 그러다 다시 오르면 "이제 너무 비싸다"며 못 산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상승 구간을 통째로 놓친다.

아베노믹스 구간(2012~2015)에서 닛케이 ETF를 그냥 들고 있었던 투자자는 약 170%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단기 매매를 반복했던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이에 훨씬 못 미쳤다는 데이터가 있다.


그렇다면 최선은?

이분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 진짜 질문은 "내가 이 돈이 언제 필요한가"다.


3년 이상 쓸 일이 없는 돈이라면 Buy & Hold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역사적으로, 어떤 구간에서 주식을 사더라도 10년 이상 들고 있으면 손실을 본 경우가 거의 없다. 코스피가 8000이 되든 다시 5000으로 빠지든, 길게 들고 가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반면 1~2년 안에 써야 할 돈이라면 지금 이 국면에서 매수하는 것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단기 매매로 수익을 내겠다는 건 당신이 기관과 외국인보다 뛰어난 매매 타이밍 능력을 가졌다는 뜻인데,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아베노믹스의 교훈

아베노믹스 2013년. 닛케이 57% 상승. 가장 많이 후회했던 사람은 두 부류였다.

하나는 "너무 올랐다"며 일찍 팔고 나온 사람들. 다른 하나는 이미 오른 것만 보고 빚까지 내서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

지금 한국 시장이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정책 기조 위에 있다면, 그 끝도 어느 정도 비슷할 수 있다. 상승 이후엔 반드시 조정과 횡보가 온다. 빚내서 들어가지 말 것, 잃어도 되는 돈만 넣을 것, 그리고 이미 들어가 있다면 팔고 나오려는 충동을 이기는 것.


코스피 6000은 역사적인 숫자다. 하지만 그 숫자가 당신의 투자 원칙을 바꿀 이유는 없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원칙은 더 차가워야 한다.


끝.


장모님께 SK하이닉스를 8만원에 추천한 나는 사랑받는 사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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