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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cy Jun 17. 2022

어서 와, 중학교는 처음이지

CHAPTER 2. 중학교 입학 전, 무엇은 준비하면 좋을까

③진로에 대한 고민, 꼭 시작하세요!


 중학교 3학년 담임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의 상담에서 고등학교 진학 관련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2학기가 되어 고입 원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단순히 부모님의 뜻에 따르거나 친한 친구들이 많이 가는 학교를 선택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교사로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에도 이러한 상황은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왜 이 학교에 진학했는지를 물으면 그냥, 친구가 지원해서,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집과 가까워서, 대학은 가야 해서 등의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당연히 진로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어느 대학교를 희망하는지, 원하는 학과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사실, 어떠한 대학이 있고 어떠한 학과나 직업이 있는지에 대한 것도 거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를 모른 채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자신의 성적에 맞춰 대학교와 학과를 결정하고 진학하게 됩니다. 


 사실은 저 또한 진로진학에 대한 뚜렷한 설계나 목표 없이 성적에 맞춰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의 의견에 따라 대학교로 진학을 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대학교를 입학하고 1-2년 간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돌이키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나의 삶을 내가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많이 괴로웠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저의 적성을 알맞게 찾은 편이고 즐겁게 교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만, 진로상담을 할 때 저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하고 싶은 것이 생기겠지, 하고 넘기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려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사실, 학교에서도 진로교육이 이루어지고 특히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학교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많은 인원이 할 수 있는 체험이나 학습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인들을 초청해서 직업 특강을 하기도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흥미롭게 경청하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듣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이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는 더욱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탐색해볼 것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특정 직업을 추천하며 이것을 해라, 보다는 다양한 길을 제시해주고 아이의 흥미와 선택을 존중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할 때 한 학생의 일화입니다. 이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녔고 외국인들의 대화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영어 실력이 좋았습니다. 기본적인 이해력이나 수학 능력도 갖춰져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시험에서는 영어가 70점대였고, 다른 교과의 성적도 매우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모든 교과시간에 늘 엎드려 잠을 자는 등 학업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상담을 할 때에도 부모님이 가라 하시니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겠다, 그러나 공부에는 흥미가 없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좀 더 상담을 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야구선수가 꿈이었고 부모님께 이를 말했으나 엄마가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야구 말고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중학교 3학년이면 이제 야구를 시작하는 것도 늦었으니 자신의 꿈은 여기에서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선수는 늦었더라도 스포츠과학, 체육교사, 강사 등 다른 길도 한 번 탐색해보지 않겠냐고 권해도 보았지만 학생의 생각은 확고하게 야구선수 외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였습니다. 아마 그 학생의 생각과 행동에는 자신의 꿈을 반대한 엄마에 대한 반항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아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할 때, 저는 매우 안타깝습니다. 물론 예체능 계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어른이 된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도 아이가 좀 더 편한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의 꿈을 반대하셨으리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기보다는 최대한 진지한 자세로 아이의 꿈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지원과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혹시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환경이라 하더라도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절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진로설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주체가 되어 살아나가야 할 인생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간혹 진로희망으로 사채업자, 돈 많은 백수 등을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허황된 꿈만 꾸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에는 깊은 부모님과 교사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리니까 무엇을 알겠어, 보다는 아이가 정말로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아이와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진로설계를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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