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슈퍼 T니?

by Nancy

아이는 학교에서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친구들과 잘 놀았는지 물어봐도 무심한 듯 응, 아니, 몰라 정도로만 대답하는 편이다. 그런 녀석도 밤에 자기 전에는 수다쟁이가 되어서 낮 동안 하지 않던 얘기들을 재잘재잘하다 잠이 든다.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고, 늦게 잠들고 싶어서 꼼수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모르는 척 들어준다. 관심 있는 여자 친구 얘기나 그 여자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서 세운 자신만의 작전을 듣고 있으면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오늘 밤에는 문득, 아이가 묻는다.


- 엄마, 지니가 있어서 소원 세 개를 빌 수 있으면 엄마는 무슨 소원을 빌 거야?


- 글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같이 오래오래 사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사실 머릿속에는 '돈'이 떠올랐지만 다른 것을 찾기 위해 애써보았다. 나의 두 번째, 세 번째 소원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건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들.


- 나는, 시간이 지나도 내가 더 나이 들지 않고 지금 이대로 계속 있는 거.


- 어른이 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엄마는 우리 아들이 10년 후에, 20년 후에 얼마나 멋지게 자라 있을지 궁금한데.


- 나는 지금이 좋아.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


어린 시절의 나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예쁘게 화장도 한 채 높은 하이힐을 신고, 직접 운전해서 가고 싶은 곳을 가기도 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런 꿈을 꾸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

그 행복에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는 했겠지, 감사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 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거니까 아들은 내일도, 10년 뒤에도 그 순간이 행복할 거야. 결국 매일매일이 행복한 거네?




내가 기대한 결말은 '응, 그런 거네? 나는 늘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행복에너지가 충전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보며 흐뭇해지는 나의 모습이었는데.


- 오, 기적의 논리네. 엄마는 참 말을 잘하는 것 같아. 철학자 같아.


-... 고마워. 잘 자 아들.


감동과 따뜻함으로 우리의 대화가 마무리되고 행복한 서로를 다독이며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슈퍼스타 합격 목걸이를 주는 듯 아들의 후한 총평으로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가끔은 내 말의 알맹이가 아들에게는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찌 되었든 아들은 행복하고, 행복한 아들은 보는 나도 행복했으므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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