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되는 일

100개의 글쓰기 76

by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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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안 되는 일이 꽤 많았다.


이를테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다든지, 새로운 장소를 간다든지, 늘 하던 어떤 습관을 벗어난다든지 하는 것들.


내 감정이 어떤지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하는 것도 어색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지만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변할 필요도, 이유도 없이 살았었다.

그러니까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결혼을 해서 함께 살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잘 안 되는 것들을 잘 안 되는 상태 그대로 있을 수 없음을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도 하게 되었고, 새로운 곳에 갈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늘 하던 대로 살지 않아야 하게 되었다.
내 감정을 말하는 연습을 더 해야 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급적 표현해야, 서로 오해가 쌓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매운 것을 제법 먹게 되었으며, 몇 가지 집안 일과 요리하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게 되었다.
나로서는 나름 많은 변화다.

그래도 여전히 안 되는 일이 많다.
다른 사람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거나,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나, 무언가를 잘한다고 자랑하거나, 스스로 자신감을 드러내거나,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주욱 뻗고 허리를 굽혀 손 끝으로 발가락 끝을 잡는 일 같은 것은 여전히 잘 안된다.

여전히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고, 쉽게 발끈하며,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룬다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다.

문득 아내랑 살다 보면 아직 안 되는 일들도 조금씩 나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적당한 칭찬과 압도적인 매는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상당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더라.

나도 모르게 아내의 종아리를 주무르면서 이렇게 길들여진 것에 놀라움을 느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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