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77
보통 여행을 갈 때 아내가 짐을 싼다.
나야 그냥 입고 있는 옷에 입을 옷 정도면 끝이다.
하지만 어디 아내는 그럴까. 하루만 잔다고 해도 필요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게 그렇다. 남자는 출발 5분 전까지 속옷만 입고 뒹굴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여자보다 먼저 현관에 나가서 기다릴 수 있지 않던가.)
.
짐을 챙길 때 아내가 상당히 민감해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이럴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은 '괜히 아내의 눈에 띄어서 거슬리게 하지 말자'이지 싶다.
.
그리하여 아내가 짐을 챙기고 있으면 아내의 손이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한 채 숨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공연히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오거나 하는 편이다.
.
그리고 여행을 가서 내게 필요한 것이 행여 빠졌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불만을 표하거나 하지 않는다. 내가 챙길 것이 아닌 마당에야 뭔가 빠졌다고, 없다고 입 내밀어봐야 돌아오는 것은 등짝밖에 더 있을까.
.
에... 그러니까 여행에서 나를 버리고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고 그래야 하지 싶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