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82
점심을 먹고 약간 나른함에 취해 멍하니 일을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켜져 있는 뉴스 방송에서는 신종 코로나 관련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저만치에 켜져 있는 온풍기에서는 뜨듯한 바람에 노곤해져서인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우우웅. 우우웅.
거의 언제나 진동으로 되어 있는 전화가 울렸다.
어머니다.
"여보세요?"
"잉. 아가야."
어머니 목소리가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
"야. 엄니. 근디 으째 목소리가 그랴요? 뭔 일 있으시요?"
"아니. 그란 것은 아닌디야. 밸 일은 읎지야?"
"뭣이 있겄소 암것도 없어라."
"잉. 그라믄 다행이고."
아무 일 없다는 말에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안심과 함께 약간의 염려가 묻어 있다.
'그랑께'라는 접두어를 시작으로 당신께서 어째 전화하셨는지 이제야 말씀하신다.
"어저께 밤에야. 엄마가 우리 아가 꿈을 꿨어."
"그란디요."
"잉. 꿈에서 눈이 이라고 펑펑 오냐 안."
"그래가꼬요."
"그란디 그라고 눈이 온디 니가 나가야 한다고 밖으로 나가브냐."
"워매. 그랍디여? 그래가꼬요."
"잉. 그랑께 내가 '아가야~ 아야~'이라고 불렀단 말이다?"
"그랬는디요."
"그라고 목이 터져라고 불러도 뒤도 안 돌아보고 가블드랑께. 눈이 그라고 펑펑 와븐디. 속이 보타져갖고 으짜까, 으짜까...그라다가 잠이 깨븠당께."
"아따. 내가 잘못을 했구만. 엄니가 그라고 부른디 썩을 놈이 눈까정 온디 뭣한다고 그라고 기어나갔으까잉."
별 일 없다고 웃으면서 맞장구치며 안심시켜드렸다.
아마도 지난밤, 아들이 나온 꿈이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그다지 좋은 꿈이 아닌지라,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전화해서 괜찮은지 확인하시고 싶으셨을 거다.
행여 아들이 일 때문에 바쁘고 정신없는 아침부터 전화하는 것이 불운을 가져올까 마음 조리고 계시다가.
점심이 지나서 12시 34분에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전화하셨던 거다.
"아들 뭣이 밸 일이 없응께 걱정 마시쇼."
"잉. 아랐어. 출근할 때 차 갖고 갔을까?"
"그랬제라."
"그라믄 이따가 퇴근할 때 안전하게 운전하고잉?"
"그라께라. 어머니도..."
뚜우...뚜우...뚜우...
단호하게 전화를 끊으셨다.
충분히 안심하신 모양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