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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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아침에 지형씨가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했다.

커피 내리고 냉동실의 팬케익믹스 가루 풀어서 팬케이크를 부쳤다.
흡족해하셨다.


점심이 지나자 출출해지셨는지, 뭔가 맛있게 먹을 것이 없느냐 채근하시었다.
냉동실 뒤적거려보니 닭 다리 살 한 덩어리가 있었다.
그리하여 가볍게 순살 닭튀김이나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냉동 닭다리살을 전자레인지에 해동 돌리고, 전분가루를 물에 불려놓고, 계란말이용 팬에 식용유를 넣었다.
해동이 끝난 닭 다리 살을 적당히 썰어서 비닐에 넣고, 불린 전분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쉐킷쉐킷!
대충 기름이 온도가 올라온 것 같아서.
버무린 닭살을 조금 넣었더니 '촤르르르르르르르'소리가 난다.
튀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아름답다.

닭다리 한 덩이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워낙 계란말이 팬이 작아서 세변에 나눠서 튀겨야 했다.
최소한의 기름으로 만들어야 하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튀겨진 걸 먹어보니 간을 한다고 했어도 슴슴한 느낌.
지형씨에게 한 조각 줬다.

"김매니저. 뭐 찍어 먹을 것은 없는 것인가?"

그럼 그렇지. 괜찮다는 말을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소금 찍어 먹을 거다."
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
다른 프라이팬에 간장, 설탕, 식초, 마늘, 양파, 청양고추, 고추기름... 넣어서 소스 만들고, 튀겨둔 닭강정 넣어서 한 번 더 휘휘 덖어냈다.
(튀김이 슴슴해서 소스 간을 좀 많이 했더니 좀 짜게 되었다.)

여튼 '나름대로 열심히 조리한 깐풍기풍 닭 다리 살 볶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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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씨는 짜다고 하면서도 잘 먹는다.

한참을 먹다가 나한테 그런다.


"나중에 우리 돈 좀 생기면 식당 같은 거 할까? 작은 술집 같은 거 말야.

낮에는 우리 둘 다 글 쓰고, 밤에만 문 여는. 심야 식당 같은..."


결혼해서 살다 보면 아내가 남편에게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런 예쁜 꿈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사람 홀릴 것처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 사람은 지금도 참 사랑스럽구나... 싶은 느낌이 팍 들 때!


바로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이럴 때는 아주 단호하고 확실한 목소리로 대답해야 한다.


"안돼! 하지 마!"


꿈은 꿈으로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지, 그걸 현실로 끌고 나오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과 인내와 현찰과 그리고 또 아무튼 많은 것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대부분은 내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술'은 파는 것보다 지형씨가 마셔 없애버리는 쪽이 더 큰 리스크가 될 거다.

아무렴.


저거 먹고 부족했는지 지형씨는 류재향작가님이 보내준 간식 박스에 들어있던 진라면 매운맛 컵라면까지 챙겨드셨다.

그동안 나는 설거지를 하고, 기름 튄 바닥을 닦았다.


문득 깨달음이 왔다.

아버지가 휴일에도 당직이라고 사무실 나가셨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러니 어머니께 더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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