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63
임작갑은 어제까지 2018년 모든 공식 강연 일정을 마쳤다. 밤에 둘만의 조촐한 삼겹살 회식을 가졌고, 들어오는 길에 ‘내일은 그냥 집에서 쉴 거야. 하루 종일 뒹굴거릴 거야.’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늘 그렇듯이 내게 커피를 내리라는 업무지시를 하심과 동시에 걸레를 빨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방 한쪽을 닦겠다고 중얼거리면서.
주섬주섬 커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닝겐이 도대체 왜 방충망을 한쪽으로 열어놓은 거야. 글고 열어 놨으면 다시 닫아야지!”
“내가 한 거 아니거든!”
“우리 집에서 너랑 나랑 둘이만 사는데 니가 한 것이 아니면?”
“너님이 했겠지!”
“웃기시네. 나는 한 적이 없거든!”
“내가 생각했을 때, 자기는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
“뭔 소리냐 닝겐아! 어제 니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널었잖아!”
물론 어제 내가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기는 했다. 하지만 방충망을 열어놓거나 하지는 않았다. 절대로!
“아니라고! 나는 어제 빨래만 널었지, 방충망 손댄 적 없다고. 다시 말하지만, 자기는 스스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너님은 완벽하지 않아. 방충망은 언젠가 자기가 열어놓고 기억을 못 하는 것이겠지!”
나는 당당했다. 어제 분명히 방충망을 열거나 손댄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의 당당함을 보고 지형씨는 걸레를 북북 문지르며 말했다.
“알았어. 어제 너는 방충망을 안 열었어. 닝겐! 너는 방충망을 그저께 열었어.”
갑자기 코난이라도 빙의된 양 당당하게 말하는 임작갑의 뻔뻔한 외침에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뻔뻔함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은 내 역할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캬하하하! 김매니져야 오늘은 내가 이겼다. 오홍홍홍.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냐하하하하하!”
복잡한 감정의 내 표정을 본 임작갑은 너무너무 즐거워했다. 내게 한방 먹였다며 연신 웃었다. 이게 그토록 기뻐할 만한 일인지 의아할 정도로 좋아했다.
아. 자존심 상해...
PS.
지형씨가 마지막에 ‘그저께...’라고 말할 즈음에 기억났는데, 저 방충망 요전에 프라이팬에 커피 볶고 나서 껍질 날린다고 내가 열어놓은 거 맞다. 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