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62
어제 교회에서 성탄절 행사 다 마치고, 감기약 먹고 교회 숙소에서 잠깐 졸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전화였다.
"전도사님, 으디여?"
"교회여요. 좀 자고 있었어요."
"잉. 그라믄 아들 가기 전에 집에 들러. 팥죽 먹고 가잉?"
"네. 그러께라."
짐 대충 정리해서 집에 갔더니 마침 아버지랑 어머니 두 양반이 앉아서 팥죽을 들고 계셨다.
별말 없이 설탕 뿌린 달달한 팥죽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지형씨 근황을 물어보셨다. 며느리가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으째. 지형이는 요새 바쁘다냐? 통 못 내려온다?"
.
"아. 강연이랑 그런 거 있었고, 어제는 신춘문예 때문에 못 왔어요."
내 말이 끝나자 어쩐 일인지 아버지의 표정이 좀 어두워졌다. 마치 당신께서 괜한 질문을 했구나 하는 느낌의 표정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씀을 이으셨다.
"그래야이. 이번에는 좀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을 것인디야..."
그때야 아버지가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설핏 웃음이 나왔다. 더 오해하시기 전에 말씀드려야 했다.
"아이고. 아부지. 지형씨가 심사를 맡아브러서 그거 보느라고 못 온 거여요. 지형씨는 이미 등단한 지가 은젠디... 하하."
조심스러운 염려로 굳어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환해지셨다.
그리고는 이내 뿌듯한 표정이 되어 빙긋이 웃으신다.
"오따. 지형이가 그라믄 심사를 하는 정도가 되었다는 거구만?"
자랑스러워하신다. 아버지에게 자식인 지형씨는 여전히 글 쓰는 것이 버겁고 힘든 신인 작가처럼 걱정되는 모양이다. 요전에 교회 권사님이 그러시더라 아버지가 새벽에 기도하시면 며느리들, 아들들, 딸, 손주들 기도를 그렇게 하신다고...
팥죽 다 먹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대파와 계란 서른 개를 싸 들고 차에 올랐다. 추운데 두 양반이 또 기어이 집 밖까지 나와서 아들 가는 거 보신다. 매주 내려가서 교회에서 보는데도, 매주 광주 올라가는 아들이, 매번 걱정이신 거다.
지형씨에게 이 이야기했더니 지형씨도 내년에 우리 더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자고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부모님과 여행이라도 갈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결심했다.
내년에는 더 잘 될 생각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