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70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두 달에 한 번씩 진료받으시고 약을 타서 다시 해남으로 가시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매번 어머니는 바쁜데 병원에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매번 나는 어머니가 그러실 때 죄송스럽고, 더 잘해드리지 못해 마음이 아린다.
진료가 끝나고 약과 짐을 챙겨서 터미널 모셔다드리는데 어머니 표정이 어둡다.
의사로부터 딱히 안 좋은 이야기 들은 바가 없어서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시길래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우째 그라고 한숨을 크게 쉬어쌌소? 뭣이 마음에 걸리시요?"
"아니. 뭣이 그란 것이 있는 것은 아닌 디야."
"그란 것이 없는디 어무니 표정이 안 좋응께 그라제라."
"기냥. 아까 병원서 혼자 앉아 있을 때 생각하다가 그랬다야."
생각해보니 아까 진료 끝나고, 어머니 잠시 앉아 기다리게 해놓고 얼른 약 사러 갔다 온 동안에 뭔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까 약 사러 갔을 때 뭔 일 있었소?"
"잉. 뭔 일은 아니고야. 으뜬 아저씨가 보여서가꼬, 이라고 생각이 나븐다."
"으쨌는디라?"
"봉께. 수술을 크게 했는갑드라. 거그도 아들이 모시고 왔드라야. 그란디 걸음을 잘 못 걷고, 손을 계속 떨드라야."
"뇌졸중이라도 왔었는갑네요."
"이. 그란 것 같드라. 머리 쪽으로 수술도 했는가, 이라고 흉터도 크드라야."
"그란디 그것이 으째라?"
"딴 것이 아니라. 아들이 옆에 앉어가꼬, 아부지 손을 잡고는 '우리가 뭔 잘못을 해가꼬 이러까요. 이라고 힘들까요.'그라드라."
갑자기 그 아들의 마음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그라고 있는디 아부지가 '나도 모르겄다. 베풀고 산다고 살았는디 이런다야. 미안하다.'고 그라드라야. 기양 옆에서 그랑께 무람없이 듣고는 눈물이 나올락 하냐."
차를 운전하다 울 뻔했다.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그 말씀이 또 너무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정의롭다'라거나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고통받으시는 하나님이다'같은 신학 이론을 읽는 것과 깊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 '왜?'라고 절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감히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울컥거리는 마음을 삼켰다.
어머니를 해남 가는 차에 태워드리고, 차 타셨다고 아버지에게 전화드린 후 주차장에서 좀 훌쩍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분들을 위해 기도드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