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한마디
우리는 대개 익숙한 걸 편안하게 느낀다. 그러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경험하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결과가 예측되는 안전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변화의 어려움을 딛고 파격적으로 변모하여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공공건축상,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특별한 공간이 있다. 시민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보안 시설에서 시민에게 활짝 열려있는 문화 시설로 전환된 성공 사례로 꼽히는 문화비축기지이다. 월드컵공원 방문 시 바로 맞은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한 번 둘러봤다.
원래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 석유를 저장하던 비축 기지였는데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자 축구장을 건설하면서 보관된 석유를 이전하고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입구에는 ‘문화마당’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고 주변에 6개(T1~T6)의 석유 탱크가 둘러싸여 있다. T3만 탱크 원형을 보존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T1은 파빌리온, T2는 공연장, T4는 복합문화공간, T5는 이야기관, T6는 커뮤니티센터로 개조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가을맞이용으로 시설 전체가 보수 중이어서 가림막이 쳐져 있거나 출입 불가 상태였다. 아주 넓진 않지만 주변에 꽃과 나무가 많아 산책하기도 좋고 매봉산 산책로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쓸모없게 된 석유 저장소를 산업화의 역사를 담은 의미 있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이벤트는 월드컵이었다. 보잘것없는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이벤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건강 문제로 내 삶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시기에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주변의 권유로 초신자가 되었지만 믿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할 초월자가 필요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지금도 독실하다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 당시 신심이 깊지 못한 나를 계속 예배에 참석하게 만들었던 목사님의 말씀이 있다. 설교 시간에 늘 “사랑하는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하셨다. 끝날 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 충만하심이 영원토록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라고 축도해 주셨다.
똑같은 물에 각각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려준 후 관찰했더니 좋은 말을 들은 물의 결정체에는 맑고 예쁜 육각 형태가 나타났고 나쁜 말을 들은 물은 괴상한 형태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나는 매주 사랑과 축복의 말을 반복해서 듣는 사람이 평안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일 예배에 빠지지 않게 되었고 믿음도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설 《아이반호》로 유명한 영국의 계관시인 월터 스콧(Walter Scott)은 어린 시절 멍청이로 놀림을 받았다. 언제나 열등생에게 주어지는 종이 모자를 쓰고 교실 한구석에서 침울하게 지냈다. 그러나 스콧은 문학에 관심이 있어 좋은 시를 보면 열심히 외웠다.
그가 열세 살쯤 되었을 때 문필가 모임에 참석했는데 당시 유명한 시인이었던 로버트 번즈(Robert Burns)가 우연히 스콧의 시 암송을 듣고는 “꼬마야, 너는 언젠가 영국의 위대한 인물이 될 거다”라고 칭찬했다.
번즈의 칭찬을 받은 이 열등생은 그때부터 용기와 꿈을 가지고 인생을 개척해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시인, 소설가, 법관으로 명성을 날렸다.
미국의 36대 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Lyndon Johnson)은 100kg 가까운 몸무게 때문에 고민했다. 몇 번이나 체중 감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그의 아내에게 말 한마디를 듣고 다시 시도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그의 아내는 “만일 당신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다면 국가도 경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존슨은 이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노력한 결과 80kg까지 뺄 수 있었다.
미국 노예 해방의 아버지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생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손에서 도끼를 놓아본 적이 없었고 농부, 품팔이꾼, 뱃사공, 장사꾼, 측량사 조수, 우체국장, 변호사를 지냈다.
링컨이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늘 성서를 읽고 말씀대로 살아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링컨은 어머니의 말을 항상 기억하고 역경을 헤쳐나가 미국의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온 동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골칫덩이 소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저런 녀석이 커서 뭐가 되겠느냐”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그의 할머니는 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말을 잘하고 사람들을 끄는 재주가 있어. 이런 개성을 잘 살리면 크게 될 거다.”라고 말하곤 했다.
아이는 진지하게 앞날에 대해 생각하고 소질을 계발했다. 이 아이는 커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도자가 되었다.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의 이야기이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이 있었다.
절망하며 집에 돌아가 이 소식을 전했을 때 아내는 반색을 하며 말했다. “드디어 당신이 문학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군요. 해고당한 일이 얼마나 좋은 기회라는 걸 알기나 하세요?” 아내는 남편을 격려한 뒤 돈을 꺼내 놓았다. “이럴 줄 알고 당신 봉급에서 따로 마련해 둔 돈이에요. 당신이 명작을 쓸 동안 이 돈으로 살아요.”
나타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명작 《주홍글씨》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고 한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200m, 400m 두 종목을 석권한 사람은 미국의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이다.
그가 이 같은 쾌거를 이룩한 데는 피나는 훈련과 천부적인 체력이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힘이 된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4관왕이었던 그의 우상 제시 오웬스(Jesse Owens)의 아내로부터 받은 한 통의 격려 편지였다.
존슨은 이 편지를 복사해 갖고 다니며 시합 전 의지를 다졌다고 고백했다.
말은 늘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물처럼 작지만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기를 북돋워 주는 말은 인격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격려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하루에 의미 있는 말 한마디씩만 듣는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실종 10여 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담은 신문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목이 말랐다’, ‘배가 고팠다’, ‘두려웠다’가 아니라 “말하고 싶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 늘 상대를 축복하는 귀한 말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