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저왕 Jun 24. 2022

사업가와 블로거사이

사업가와 블로거사이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었다. 지방대에 입학은 했지만 그렇게 목적을 가지고 입학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생활에 그렇게 집중을 하지는 못했다. 어릴 때부터 꿈은 그냥 막연히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특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딱히 관심을 가지고 특기나 취미를 만들었던 사람이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일기라던지 다이어리를 쓰고 세이클럽이나 싸이월드 같은 플랫폼에 글을 쓰거나 기록하는 활동은 계속해서 해왔던지라 내 인생을 영화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습관과 대학생활에 집중을 못해 입영날짜보다 빨리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 재미를 붙인 독서습관이 전역 후 나에게 있는 전부였다.      



 

전역 후 다시 복학을 했지만 공고에서 공대로의 진학을 한 터라 기초공부가 안된 나에게 학과 수업은 벅차기만 했고 그나마 배우는 게 재밌는 영어라도 잘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호주에서의 많은 경험들과 벌어들인 3000만 원까지의 스토리들이 그 당시에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들이 관심 있어하고 재밌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호주에서 벌어온 3000만 원으로 첫 사업을 준비하게 되면서 사업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블로그는 1년 정도 기록용으로 사용하다 2014년부터 현재 블로그를 만들어서 운영했다.) 블로그의 콘텐츠와 콘셉트는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을 테니 훗날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1차원 생각 정도만 했던 것 같다.      


그냥 사업하는 젊은 청년에게는 이러한 스토리가 있으니 읽어봐 주세요. 정도의 메시지랄까?

     

 이미 첫 번째 블로그를 세이클럽, 싸이월드와 같은 미니홈페이지처럼 기록을 목적으로 사진, 독서, 일기와 같은 콘텐츠를 올리며 운영을 해봤기 때문에 블로그를 만들거나 개설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UCS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썼다. UCS는 내가 제일 처음 생각했던 사업으로 Ulsan Culture Shock을 줄여서 만든 브랜드 같은 네이밍이었다. 그냥 문화의 불모지였던 내 고향이 좀 재미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던 것 같다.      


 UCS 첫 번째 프로젝트로 호주에서 벌어온 3000만 원의 목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다 푸드트럭을 만들어서 뭔가 판매를 하는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푸드트럭을 준비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담기 시작했다. 포터를 사고 포터를 개조해서 푸드트럭으로 만들고 사업을 할 수 있게 꾸미는 과정을 하루하루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읽지 않았지만 그냥 나 혼자만의 만족이었다. 그러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하는 주변 친구들과 이웃이 되고 친구들이 읽어주기 시작하고 하다 보니 블로그를 하는 게 재밌었다. 블로그 방문자를 올리기 위해서 검색해보고 이것저것 꾸미는 것도 바꿔가면서 계속해서 블로그를 운영했고 실제로 푸드트럭이 만들어져서 장사를 하는 날 모르는 사람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이후로는 그냥 내 일상이 블로그이자 블로그가 내 일상이 되었다.      

 푸드트럭 장사에 이어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굿즈를 만드는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하고 대학생활 포스팅을 하고 일본 여행에 대해 포스팅하고 각종 축제에 갔던 이야기를 포스팅하고 호주에 갔다 온 이야기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고 1년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자 누적 방문수는 20만 명쯤이 되었다.    

 

  블로그가 주는 행복은 꽤나 컸다. 그냥 한 번씩 모르는 사람들이 글을 잘 보고 있다거나 궁금한 걸 물어보는 쪽지나 답글을 달면 그 자체로도 그냥 행복했다. 아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내 일상과 생각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소통하는 지금 시대에서는 당연한 부분을 블로그를 통해서 좀 빨리 느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푸드트럭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고 의류와 굿즈를 만들어내는 로컬 브랜드 UCS는 사업 특성상 현금이 많이 필요했다. 이후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업체에 지원을 해서 의류사업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었지만 탈락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계획서나 사업모델이 현저히 약했을뿐더러 경험도 부족한 청년의 꿈이 너무나도 현실성 없게 느껴졌을 것 같다.  

    

 나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지금 상태로서의 사업은 시간만 지체될 것이라 생각했고 우선순위를 바꾸기로 했다. 다시금 복학을 선택했고 대학교 졸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조차 내 전공지식으로는 쉽지가 않았으므로 꾀를 내야만 했다. 사업을 하면서 대학교 졸업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기에 배우고 싶은 시각디자인 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해놨던 터였다. (어떻게든 학점을 만들어서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전공으로 전과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기 때문에 기존 전공인 자동차기계과에 시각디자인을 복수전공으로 하는 것으로 협의를 봤다. )   

  

 전공이든 복수전공이든 두 개를 다 잘하는 학생이었으면 좋으련만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 있었던 영어실력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학점을 이수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했다. 이미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얻었던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생활에서 얻는 이점도 많을 거라 생각이 들었고 인턴은 기업에서 실무를 보면서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기 싫은 나로서는 최고의 방향일 거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공으로 해외인턴쉽을 준비했지만 학교에서는 전공학점이 기본 조건은 부합하지만 상대적으로 학점이 낮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포기하기에는 아까워서 복수전공으로 지원서를 넣어봤는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인턴쉽 대행업체에서의 답변을 받았고 대행업체에서 준비해주다가 복수전공과 주전공 두 방향으로 회사 측을 알아봐 주었고 결론적으로는 학교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던 주전공과 연계된 곳으로 가게 되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기계와 시각디자인의 조합 때문에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특별함이 되었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사업이 없어지니 블로그만 남게 되었다. 


'난 사업을 하기 위해 블로그를 하게 된 걸까?'

'블로그를 하기 위해 사업을 하게 된 걸까?'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