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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에필로그: 세상을 바꾸는 방법

by 레저왕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 요즘 난 미국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외장하드를 보다가 올해 초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하려고 한참 준비했던 파일을 찾았다. 지금 봐도 엄청 성의가 없다고 느껴지는 파일들이긴 한데 저때는 성의가 없는 게 아니라 실력이 없었을 뿐이다.


나는 항상 도전하는 것에는 열정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실력보단 열정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다만 한국의 사회는 과정보다 완벽한 결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1차인 서류합격은 붙었었다. UCS는 의류업 특성상 사업을 더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이 필요했고 난 자본이 없었기에 정부에서 주관하는 육성사업들을 지원해서 이어나가려 했다. 그중 사회적 기업이란 형태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준비했던 것이다.


내가 지원하고 싶었던 분야는 글로벌 쪽인데 그건 서울에 글로벌 특화로 하는 재단이 있었고, 이미 UCS 사업을 하고 있는 나는 서울에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음. 그래서 울산에서 신청을 했고, 1차 서류를 붙었고 교육도 받았고 발표도 했다.


교육을 받으며 한국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안 되는 것이 사업적으로 훨씬 나을 것이란 생각도 많이 했고 해외의 사회적 기업 형태와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업의 형태가 많이 다른 것도 깨달았다.(수익적인 부분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 보였다. )


어쨌든 내 사업계획이 그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만 들렸는지 결과적으로는 탈락했다.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인턴쉽을 갔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업을 다시 하는걸로 마음 먹었다.


겨울방학, 현대중공업에서 인턴쉽 할 때 아침에 빨리 출근해서 매일 한 시간 정도씩 세계의 사회적 기업 사례들 및 수익모델 등 모든 정보를 다 정독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사회적 기업 정보 얻는 사이트 등 검색하면 쭈욱 리스트가 나오고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점심시간에도 읽고 퇴근하기 전에도 읽고 시간만 나면 정보를 찾아봤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사업과 매칭을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사회적 기업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갔다. (열정적인 미래의 CEO가 된 모습을 생각하면서) 뭐든 한번 빠지면 질릴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한 달간 재밌게 찾아보며 했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어쨌든 조금 더 내가 강해지고 성장하면, 언젠가는 다시 한번 이 사업을 도전하는 날이 있겠지. 사업 이름은 이름부터 거창한 '블랙 파워 프로젝트'이다. (예전 Moon 이와 칵테일 장사하며 말했던 아프리카인에게 기부라도 하면 어떨까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던 게 계속 머리에 머물렀던지 나중에 사회적 기업에도 신청하게 되었다 당연 칵테일 장사는 아니지만 :-)



항상 사업이든 프로젝트이든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네임만 들어도 뭐 인지 바로 파악이 될 수 있게 난 프랑스 친구인 앤드류와 사전에 비즈니스 얘기도 많이 했었다. 내 흑인 친구 앤드류는 블랙 파워로 사업하면 모 아니면 도라고 말했다. 흑인들에게는 너무 유명한 무브먼트의 이름이기 때문에.


뭐 어쨌든 나는 일단 가제로 블랙 파워 프로젝트로 이름을 붙였다. (진짜 육성사업에 합격을 해서 사업을 하게 된다면 다른 브랜드명을 내겠다고 앤드류와 말했던)



앤드류는 사우스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사우스아프리카는 뭐 좀 예외긴 하다만, 아프리카 대륙으로 봤을 때는 저러한 문제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대충 말하자면, 한국의 기업이 아프리카로 진출하여 패션 교육과 그들이 CEO가 되는 교육 컨설팅을 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패션산업 섬유산업으로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도처에 셀렉샵 형태의 매장을 가지고 그들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블랙 파워' 샵을 오픈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기계과 학생일 때부터 디자인이 하고 싶어 디자인학과로 복수전공을 하고 창업이 하고 싶어서 친구와 트럭을 사서 푸드트럭을 하고 봉지칵테일에다 블랙 파워란 브랜드를 부쳐서 장사하고 신고를 당하고 울산 청년창업에 선정되어 그림판 밖에 못하던 내가 UCS란 브랜드를 만들고 일러스트로 디자인해가며 옷도 만들어보고 이 모든 게 불과 2년 안에 일어난 일


"열정 없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모토가 가장 중요한 거란 걸 깨달았기에 지식보다도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는 이런 거란 걸 느꼈던 게 아니었을까?






UCS(ULSANCULTURESHOCK) 울산에 컬처쇼크를 일으키겠다. 울산으로부터 세계에 컬처쇼크를 주겠다는 당찬 각오의 UCS브랜드명이다만, 아직까지 로컬 브랜드가 한국에서 자리잡기는 역경과 고난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빨리 성공하길 포기했다. 사업가라는 방향은 정했으니 10년이고 20년이고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발표 마지막에 저렇게 말했더랬다.


"나는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러니 세상을 바꿀 수 있게 2번이 되어 도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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