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수채화 6 / 같이 있는듯하나 분리되어 있는 이화동
2016. 1. 15.
< 이화동 107 / 낙산성곽서1길 >
이화동을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낙산성곽.
굴다리 '동숭교'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하늘자락이 만나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보일까?
궁금증이 생겨 열심히 낙산성곽서길의 높은 축대를 따라 만들어진 긴 계단을
숨이 차도록 걸어 올라간다.
축대가 끝나고 살짝 오른쪽으로 꺾어진 가파른 골목길 끝에 전봇대와 예쁜 화단이 있는 집이 있다.
햇볕이 잘 드는 때는 초록이 싱그럽고 알록달록 꽃들이 예쁘다.
붉은빛 기와지붕에는 비가 새는지 비닐이 한 장 올려져 있고
창문 옆을 타고 올라가는 풀들 때문에 시골 한적한 동네의 풍경 같다.
서울 한 복판에 빌딩이 밀집해 있는 종로.
낙산성곽을 끼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정감 어린 모습으로 남아 있는 집이다.
집주인은 화단 옆에 화분을 무심한 듯 둔 것 같지만
아침저녁으로 보살핀 흔적이 보인다.
도심 속에 홀로 있는 듯한 이 집의 존재.
이화동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다.
빌딩과 오래된 주택.
자동차 소음과 부산한 사람들이 보이는 종로와 동대문,
아이들이 뛰놀고
이웃집 주민들과 담소하고
열린 대문 사이로 활기찬 삶의 모습은 사라지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방문객들만 남아 있는 이화동.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과 반듯하고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들.
추억이라는 시선으로 이화동을 서성이며 바라보는 나.
같이 있는 듯하나 분리되어 있는 것.
영원한 것과 소멸되어 버리는 것.
존재하는 것과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지나간 시간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는 것.
나는 이화동을 보면서 과거로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시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나와 이화동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이 둘을 멀찍이 서서 보는 나
나는 꿈을 꾸고 있나 보다.
이화동벽화마을 / 낙산성곽 / 산동네 / 계단 / 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