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름관념사전-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아 성찰하기.

by 꽃구름

독서모임에서 몇 주 전 소설가 김애란 님의 <잊기 좋은 이름>이란 책이 선정되었다. 나는 그 주에 사정이 있어 앞부분만 좀 읽고 완독은 하지 못했고 다른 멤버들이 책에 나오는 연호관념사전을 보고 인상 깊었다며 연말에 함께 자신에 대해 써보면 좋겠다고 얘기 나왔다는 걸 후에 듣게 되었다.


그래서 써본 [꽃구름 관념사전]

이걸 작성하며 나 자신에 대한 키워드를 찾고, 그것에 맞게 글을 쓰는 게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힐링이 되고 자아를 충족시키는지 알게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나 자신의 키워드 설명서 같은 꽃구름 관념사전을 소개하겠다.



[ 꽃구름관념사전 ]


교집합

사람을 관찰하며 교집합을 찾곤 한다. 그 사람과 나의 교집합의 접점이 크면 그를 좋아하고, 애정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교집합이 실처럼 미미하다면 어쩐지 가까워지기 어렵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애 엄마가 되니 그런 사람을 배척하기보단 아 너는 그렇구나 하며 우린 다른 거구나 하고 인정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인간은 모두 다르므로 완벽한 합집합이 되긴 어렵다. 사랑하는 가족, 자식이라도. 그건 불변의 진리이다. 그들에게 왜 나와 같지 않냐며 합집합이 되도록 강요하기보단 나의 교집합의 범위를 늘여보기 위해 노력한다.


나들이

가깝고 익숙한 곳에 나들이 가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길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심이 높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하고 맘 편한 곳을 자주 가는 것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맘 편히 쉼을 행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드라마

나는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에 빠져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우며 돌려본 적도 있고, 남자 주인공에 퐁당 빠져 현실감각이 없어진 적도 있고, 드라마 슬픈 장면을 보고 펑펑 울고 기운 차린 적도 있다. 요즘에는 드라마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을 훔쳐보는 게 좋다. 흔하지 않은 이야기의 구성과 범상치 않은 대사를 접할 때의 짜릿함이란! 그런 작가들을 동경한다.


댓글

요즘 정말 애정 하는 드라마가 나오면 그 드라마를 파악하고 인물을 파악해서 네이버 TV에 댓글을 쓴다. 최근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채널에 내가 쓴 댓글 여럿이 베스트 댓글이 되었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은 적 있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한 곳이라 찾아봤는데 네이버에 소개글이 이렇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은 지구 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특이하고, 가장 서사적인 철도 여정으로, 시베리아―이야기는 많이 해도 실제로 가는 사람은 별로 없는―를 여행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다. 이 무지무지 긴 여정에 올라타고 싶으면, 우선 유럽 전역의 기차역에서 연결 편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와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Ride the Trans-Siberian Railway Past Lake Baikal]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휴양지 1001, 2011. 1. 7., 헬렌 아널드, 박누리)


ㅋㅋ 이야기는 많이 해도 실제로 가는 사람은 별로 없대. ㅋㅋ 무지무지 긴 여정이래 ㅋ안 가련다. ㅋㅋ


목표

늘 연말쯤엔 새로 산 다이어리에 내년 목표를 적는다. 내년도 목표는 많다. 이루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들이 훨씬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나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뭘 좋아하는 지도,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체 그저 세월을 지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력단절 후 아이를 낳고 나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라는 취미를 찾고 확신을 가지자 나는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내게 이제 목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해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모성

20대 때 나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겠고 아이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모성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에도 딱히 큰 모성이라는 건 없었는데,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딱 받아 든 순간부터 희한하게 모성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하며 나의 모성에 대해 놀랄 때가 있다. 인간이 아이를 키워야 종족번식이 가능하므로 진화적으로 모성이 발달한 거라면 참 좋은 장치다. 항상 생각한다. 이 모성이 없으면 절대 아이를 키우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굳이 참아가며 걸어가려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밥심.

리 남편이 결혼하고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치킨과 함께 밥을 먹는 나란 사람의 식성이었다. 흰밥의 꾸덕함과 같이 먹어야 치킨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난다.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대세를 따라 고깃집을 가면 고기 다 먹고 된장찌개에 밥이지만 사실 삼겹살과 흰밥이 섞여야 고기의 맛이 내 입에서 가장 잘 살아난다. 그래 나는 밥심으로 사는 여자다.


식기세척기

설거지를 무지무지 싫어하는 내게 식세기(식기세척기)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작은 식세기를 나는 최대한 꾸역꾸역 채운다. 하나라도 더더! 하며 테트리스를 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아이를 낳고 나서 내 좌우명은 하나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조회수

요즘 난 내가 쓴 글에 대한 조회수를 들여다보는 반복 지옥에 빠져있다. 대박을 기대하긴 힘든 실력임을 알면서도 내 손가락은 이 일과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이 지옥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다.


책 욕심

책은 잘 안 읽으면서 책 욕심만 많다. 책이 배달 왔을 때 빳빳한 새책의 냄새가 좋다. 그래서 내 책꽂이엔 많이 읽어 손 떼 묻은 책이란 없다는 게 함정. 거의 진열용이지만 내년엔 꼭 다 읽자며 다짐한다. 독서력이 책 소장 욕심 반만큼이라도 따라가면 좋겠다.


채팅방

고등학교 때 친구 6명이 모인 채팅방.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항상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채팅방을 보며 우리 남편은 도대체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냐고 늘 신기해한다. 여자들의 수다란 끝이 없다. 곁에 없어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어주는 그들이 있어 참 좋다.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커피 한잔.

수유가 끝난 지 한 달 좀 넘었다. 임신기간, 수유기간 포함해서 2년 정도는 디카페인 커피로 마셨고, 커피우유 같은 것도 조심했다. 그러다 보니 수유 마치고 처음 커피를 마시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파서 아 이제 계속 디카페인을 마셔야겠다 싶었지만, 며칠이 지나니 금방 카페인에 적응한 몸이 되었다. 이제는 커피 머신을 탐내는 중이다. 커피가 없어도 살 순 있지만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 같은 느낌이라 좋다. 커피는 카페 가서 애들이랑 나눠먹지 않아도 되고, 글 쓸 때 괜스레 카페인 핑계를 대며 음용하고 싶은 어른의 음료니까 말이다.


티 나게 한다.

나는 무조건 집안일은 남편이 있을 때 티 나게 한다. 설거지, 청소, 빨래를 하며 온갖 힘든 모습은 다 보여준다. 몰래 들어와 완벽하게 해내는 우렁각시 따위 취미에 안 맞다. 집안일의 신조는 티 나게, 티 나는 곳에서 하기다.


편하고 느림.

난 어디서 본 듯한 흔한 외모와 푸근해 보이는 인상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 롤링페이퍼에서 기억나는 게 느리고 여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는 단어였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난 좀 느린 스타일이구나. 하며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편안하고 여유 있어 보인다는 게 내 매력인가 보다. 물론 백조의 발처럼 물 밑에선 다리를 엄청나게 휘젓고 있는 중이지만 말이다.


해피엔딩.

난 지독한 해피엔딩 추구자이다. 잘 보던 드라마가 마지막에 새드엔딩이나 애매모호한 열린 결말을 추구할 때 난 배신당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인생에 해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사는 거 해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려면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안다. 남은 인생은 더더 나 스스로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혼 전 사진동호회 시절 찍었던 사진. 자아성찰은 내게 추억하게 하고, 나아가게 하고, 목표를 가지게 한다. 2020년, 그 어느때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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