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독립

나만의 진리

by 꽃구름

지지난 주 주말, 나는 전부터 남편이 약속한 자유시간을 가졌다. 하루 종일 붙어 있는 둘째 때문에 밤까지 거의 쉴 시간이 없어 글 쓸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일이 있는데 전혀 내 일을 못하고 있으니 주말 하루 단 몇 시간 만이라도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남편은 아이 둘을 데리고 시댁에 놀러를 갔고, 나는 자유시간이었지만 둘째 기저귀를 미리 주문 못한 탓에 마음이 불안해서 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갔다. 애들 준비시키고 밥 먹이고 하느라 늦게 출발해서인지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대형마트 푸드코트에 들어갔다. 다행히 점심시간 지나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거리두기 시행으로 좌석도 드문드문했기에 나도 앉아서 밥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숨 돌리고 있는데 한 자리 건너 옆에 앉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초등학교 저학년 생으로 보이는 남매 둘이 앉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마트 푸드코트에 앉아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아까 그 자리에서 들려오는 전화통화 소리에 다시 엄마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는 혼자 온 터라 그 소리를 분산시킬만한 대화를 할 상대가 없었고 한 자리 떨어져 있었지만 들릴 만큼 엄마의 목소리는 컸고, 푸드 코트 자체에 사람이 얼마 없고 조용했기에 나는 듣고 싶지 않아도 그 대화를 엿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 엄마는 통화 상대와 아이(첫째 아이 혹은 둘째 아이 누구인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의 집중력이며 공부량 같은 것들을 걱정하는 통화였고, 아마 육아 선배 언니나 교육 동지들과 통화하는 게 아닐까 나는 추측했다. 엄마의 걱정 때문인지 통화는 계속 길어졌고,, 그녀가 통화하는 동안 나는 진동벨이 울려 음식을 찾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허겁지겁 돌솥 낙지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릇을 싹싹 비우고 마지막 화룡점정의 국물로 마무리할 때까지도 그녀의 통화는 계속되었다. 그쯤 되자 나는 이 기나긴 통화 동안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싶어 다시 그쪽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은 각자 하나씩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그걸 들여다보고 있어 조용했다. 남매가 나란히 앉아 말 한마디 없이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내가 밥 먹는 그 30분 간의 시간 동안 그들의 청량한? 목소리 한번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같은 공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 1대 1로 핸드폰과 대화 중이었다. 나는 밥을 다 먹었지만, 시간 여유도 있었고 결말이 궁금하여 그들이 갈 때까지 한 번 기다려보았다. 물론 그들을 지나치게 주시하거나 하는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고, 그저 호기심이 일었다. 엄마의 통화 후 나올 아이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던 것 같다. 엄마의 목소리는 이제 친근해질 정도로 오래 들었지만 한 번을 못 들어본 남매의 목소리가 과연 어떨까 궁금해졌다. 마침내 그녀는 통화를 끝냈고, 한숨을 한번 후 하고 쉬고는 뜨거워졌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엄마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드디어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이거 해도 돼?"
핸드폰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묻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너 선생님한테 전화 왔어. 알아?"
"선생님 왜?"

선배 언니에게 상담할 것이라는 내 추측은 틀렸고, 엄마는 대충 선생님이 왜 전화 왔는지 이야기를 해주고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엄마 이거 정리하고 올 테니까 옷 입고 있어. 너도"

엄마는 일어나 아이들이 먹은 음식을 정리해 반납함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아이들은 별말 없이 보던 핸드폰의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고 한 번을 서로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다.

"옷 입고 있으라니까, 왜 안 입고 있어? 이제 가자."

엄마는 아직 핸드폰을 잡고 있는 아이들을 채근했고 옷을 입자 바로 일어나 마트 내부로 사라져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핸드폰과 대화하는 게 가장 익숙해졌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공간에 앉아 있어도 우리는 핸드폰을 보며 대화를 한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 보며, 비언어적인 동작인 표정이라던가 목소리톤, 자세 같은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우리는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대화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비언어적 동작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배운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특히 더 그러하다. 어른도 유려하게 자기감정,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게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30분 넘게 핸드폰 통화를 하는 엄마가 전화를 끊었을 때 아이들은 엄마에게 진짜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하지만 엄마는 마음이 바빴고, 그들에게 지시해야만 하는 입장이었으므로 눈을 맞추기보단 채근을 했다.


나도 종종 그러곤 한다. 잠자야 하는 시간인데, 빨리 잠을 안 잔다고 채근하고, 밥 앞에 두고 빨리 먹지 않는다고 채근하고... 내 마음이 바빠서 아이들을 몰아세울 때가 많다는 걸 최근에야 느꼈다. 그러다가 여유 시간이 있으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나를 더 하기보단 핸드폰을 집어 든다. 오늘 주문해야 하는 게 뭐였지? 메신저에 메시지가 왔나? 날짜 어플에 스케줄 적어두어야 하는데, 내일 날씨가 어떻지? 그거 입금되었던가? SNS에 올려야 하는데 무슨 사진 올리지? 등등 핸드폰을 잡고는 난 무수히 많은 질문을 쏟아내고 한참을 그것과 소통한다. 물론 겉으로 내뱉는 말은 없으니 겉으로는 조용한 상태이다. 나 또한 그 엄마와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내가 본 것은 그 가족들의 아주 극소수의 단면일 것이다. 선생님과의 통화는 꼭 필요한 이야기들, 걱정을 나누어야 했을 것이고, 그들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잠시 봤던 그 장면으로 인해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아이 앞에서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며 말한 적은 없었던가? 질문이 무색하게도 매일 그랬다는 걸 나는 스스로도 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으로 행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더 횟수가 많아졌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이란 아이를 끼고 산다. 내 아이보다도 더 말이다.


나는 그들이 가고 다른 옆자리에 온 커플이 음식이 나오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곤 아무런 말도 없이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다 내가 먹은 식기들을 들고 일어섰다. 재잘재잘 나눌 이야기가 많을 법도 한데, 단답형의 대답으로 이야기만 나누던 그 커플 앞에 나는 씁쓸한 듯 일어섰다.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핸드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내게 해 주었지만, 과연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화'라는 것을 앗아가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간 옆에 있어도 메신저로, SNS로 서로 간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었다.

얼마 전 나는 나만의 시간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바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핸드폰 보지 않는 날로 정해 시행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물론 잘 되지 않고 있지만...
나는 그날 푸드코트에서 일로 일주일에 한 번 핸드폰 안 보고 살기에 대한 노력이 더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마다 시도는 하지만 늘 다시 핸드폰을 찾아보고 있는 날 보며 핸드폰이라는 게 정말 담배나 술의 중독만큼 무서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는 꼭 이걸 성공시켜야 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훗날 커버린 아이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화도 없이 핸드폰만 바라보는 상상을 하면 나는 좀 끔찍하다. 나 하는 행동을 똑같이 답습하는 그들을 보며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지 않을까?
이번 주에는 꼭 성공하고자 의지를 불태워본다. 내 삶이 편리함에 묻혀 인간성을 잃어가지 않도록, 너무 많은 정보에 싸여 허덕거리다 인간미를 잃어가지 않도록, 핸드폰에서의 독립을 선언하는 바이다.




눈 맞춤
눈을 맞춰 이야기하자.
내 두 손은 자유롭게 늘어트리고
몸을 당겨 너를 향해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하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눈을 맞춰 말하자.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보다 네가 백만 배는 나에게 중요하다고.

눈을 맞춰 너의 기분을 느끼자.
너의 흔들리는 눈빛을 알아줄 누군가가 필요한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너를 살핀다.

손 너머 작은 네모 속 큰 세상을 봐야 할 때도 물론 있겠지만
내 눈앞의 작은 세상도 큰 세상을 보는 통로임을 잊지 않으리.
사랑, 온기를 느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잊지 않으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