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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Sep 13. 2022

엄마도 행복해지기 프로젝트 - 글쓰기 연대 편

나 자신의 행복찾기 프로젝트

메모 어플에 쓰며:쉬며라고 저장된 폴더가 있다. 글쓰기 모임을 하는 5명의 멤버들과 함께 낸 우리의 첫 책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 모임의 이름이기도 한 쓰며:쉬며 폴더에는 일상을 살아가며 지나온 무수한 소재들, 끝맺지 못한 이야기들. 마음에 들진 않아도 마무리 지은 글들 목록이 나온다.

오늘은 이 멤버들과 처음으로 저녁에 만나 술잔을 기울인 역사적인 날. 늘 아이들이 등원, 등교하는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헤어졌지 술은 처음이다. 우리는 청하 네 병과 테슬라(테라+참이슬)의 조합이라는 특이한 네이밍의 폭탄주 한잔을 시키고 다 비워냈다. 운전 때문에 못 마신 한 명을 빼면 넷이서 마신 셈이니 각 1병 이상은 마셨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낮에 만나도, 밤에 만나도 늘 할 이야기가 많은 모임. 덕분에 술이 취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것, 게다가 육아하느라 저녁 술자리는 몇 년 만에 가져보는 해방감 덕분에라도 어찌 좋은 밤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혼자 급하게 마시면 늘 위를 쓰리게 했던 술도 오늘은 좋은 기분 때문인지 전혀 타격이 없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우리는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결국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하나 그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I와 E의 차이만 있을 뿐 한 명도 빠짐없이 NFP라는 같은 MBTI 성향을 가진 우리. 우리는 각자의 글 스타일과 색깔이 다 달라서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성향이라서 잘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모두 웃었다. 그제야 이해했다. 우리가 모임을 하면서, 책 출판이라는 지난하고 생소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한 번도 얼굴 붉힐 일이 없었던 건 다 성향이 잘 맞기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몇 주 전, 나는 사진 신부라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독특한 소재와 무겁지 않게 술술 잘 읽히는 문체의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라는 책을 독서모임을 통해 읽었다. 사진 신부들이 함께 희망의 땅 하와이로 시집을 가면서 생기는 연대와 우정 같은 것들을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고스란히 살갑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은 하나였다. ‘여자들의 연대의 중요성’

남녀 편 가르기 하자는 건 아니고 나 역시 여자이기에 여자들이 갖는 연대라는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내내 글쓰기 모임 멤버들이 생각났다.

글을 쓰고 싶지만 혼자는 용기가 없었던 우리가 모여서 함께 쓴 글을 읽어주고 감상해주었다. 얼굴도, 나이도, 누군지도 모르던 우리는 글을 나누기 시작했고, 토해내듯 적어 내려 간 감정들을 공감하며 토닥여주었다. 그래서 얼굴을 보지 않아도 글 정이 쌓이기 시작했고, 내 내면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꺼내 보여주다 보니 애틋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우리 모임 쓰며:쉬며. 우리는 그렇게 항해를 시작했다. 육아라는,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막연한 망망대해에서 어쩔 줄 몰라 둥둥 떠다니던 조각배들은 한데 모여 큰 배를 이루었다. 조각이 모나지 않고 서로의 결핍된 부분들을 꽉꽉 채워주면서 우리는 단단한 배가 되어 바다로 나간다. 그녀들과 함께 하는 모임은 늘 그런 느낌이다. 일상을 살아낼 때는 각자 각자 조각배이다가 뭉치면 다시 큰 배가 된다. 동력은 바로 ‘존재’다.

누구의 엄마, 아내, 딸, 며느리라는 역할에 갇혀 있던 우리는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서로를 바라봐 주는 존재들 같다. 내내 함께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조각이 퍼즐처럼 맞물릴 때 우리는 아주 큰 동력을 내며 앞으로 나아가니까. 방향을 잃어도 같이 잃고, 목적성을 잃어도 같이 잃는다. 우리는 합이 잘 맞는 ‘무적의 연대’ 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잘 쓰던, 못 쓰던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내게 현재 존재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런 글을 마음 맞는 멤버들과 함께 쓰면? 나는 나 자신으로서 삶을 잘 영위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준다. 그녀들과 모임을 하면 받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아이들이 중심이 된 아이 친구들 엄마 모임 아니고,

남편이 중심이 된 남편 친구 가족들 모임 아니고,

그저 나 자신이 스스로 연결한 모임.

그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데 잘 맞기까지 하다니.

복 받은 기회이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쓸데없는 모임들도 많다. 단톡방, 안 나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모임들, 쓸데없는 친목을 명목으로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모임들에 한 번 질리고 나면 점점 나가는 모임 개수는 줄어든다.

하지만 좋은 모임 하나를 만나면? 2배, 아니 10배는 더 좋아지고 서로 발전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나만의 모임을 갖자.

나 자신만을 위한 모임을 가지면 나는 현재 존재함을 느낀다.

나는 내 이름으로 불려진다.




아이에게 네 생각은 어때?

묻지만 정작 내 생각은 말하지 못한다.

나는 부모니까. 나보다 미숙한 너를 보듬어주어야 하는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잘 될 때는 다행이다 하고 안 될 때는 내 그릇은 왜 작은가 한탄하고 자책한다.

세상사 잘될 때도, 안될 때도 있다는 거 알면서

자식 앞에서는 안 되면  내 탓이요 한다.

그러던 나에게 그녀들은 묻는다.

네 생각은 어때?

내 감정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는 당황한다. 그런 뒤 생각한다.

아 나는 그때 그랬었구나.

지나치지 않고 다시 들어주는 그들.

네 탓이 아니야. 참 잘하고 있어.

말해주는 그들.

뭘 더 배울까?

항상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뒤처지고 싶지 않다.

그녀들과 보폭을 함께 하고 싶어 나도 발전하려 애쓴다.

나의 현재를 이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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