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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Dec 08. 2020

작곡? 마음만 있으면 돼

방구석 래퍼의 미디 작곡 정복기 #1

벌써 5년 전이다. 막 복무를 마친 사회복무요원 아저씨는 무턱대고 실용음악학원을 등록했다. 총보다 컴퓨터 타자를 만진 보들보들한 손가락에 어울리는 취미였다. 아마 현역이었다면 적어도 몸매를 유지한다는 핑계로 헬스장이나 복싱 뭐 이런 걸 등록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성격상 마의 3개월을 넘기기는 어려웠겠지만.


복학생이 된 나는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감정과 함께 자기 계발 욕구가 솟아오름을 느꼈다. 인류 심리학계에서 이미 암묵적으로 인정받은 '복학 버프'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하자니 하기 싫은 게 인간의 본성. 결국 취미부터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취미로 시작한 게 일이 됐다는 흔한 망상 스토리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며칠 고민 끝에, 중학생 시절 중국산 mp3 좀 깔짝거렸다는 핑계로 '난 음악을 좋아해!'라며 자부해버렸다.


정말 단순한 마음뿐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열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금방 식어버릴 한 순간의 감정일지도 몰랐다. 실용음악은 내게 '완전한 미지의 세계'였고, 어렸을 때 배운 피아노는 이미 두뇌에서 포맷된 지 오래였다. 심지어 클래식 피아노와 실용음악 재즈 피아노는 가르치는 목적과 방법도 달랐다. 생각해보라. 모차르트나 베토벤 연주를 아무리 잘해도 '쇼! 음악중심'에서 하면 이상한 놈 취급받을 뿐이다.


그렇게 초등학생 때 체르니 50번까지 배운 일이 단순한 돈지랄이었음을 깨달은 나는 인터넷 검색으로 주변에 가장 저렴한 실용음악학원을 등록했다. 일단 값싸게 '찍먹'해보고 맘에 들면 나중에 더 투자하려는 심산이었다. 물론 부모님에게 학비도 모자라 음악 학원까지 비싼 곳으로 등록해 달라는 말을 꺼낼 배짱도 없었다. '갑자기 웬 음악학원이냐!'를 부르짖는 부모님을 설득할 알맞은 계약 조건이 필요했다. 당시 내가 내세운 계약 조건은 주 1회 기준 월 15~17만 원의 학원이었다.


실용음악학원의 가격을 조금이나마 알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저 가격이 정말로 미친 듯이 저렴한 것임을. 아마 이제는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만큼 그곳의 시설은 최악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방음 부스 안에 마스터 건반 하나와 컴퓨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그곳에 선생님을 포함한 성인 남성 2명이 들어가야만 했다. 솔직히 바로 손을 잡고 고백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이었다.


그런 아리송한 분위기와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컴퓨터를 켰다. 음악 시퀀서 아이콘을 클릭했다. 눈 앞에 자이언티가 부른 노래의 '빨간색 마름모'가 펼쳐졌다. 시퀀서의 기본 메뉴와 기능을 배웠다. 선생님의 입을 통해 새로운 지식들이 머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파일을 저장하는 거구나! 한글이랑 똑같네!'


컴퓨터를 껐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귀가했다.

.

.

아마 그때 탈출했어야 했다.


이런 곳 아님.



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깨달은 미디 작곡 꿀팁 #1


1. 학원 vs 인강(유튜브)

이것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 미디 작곡을 유튜브로 처음 접한다. 심지어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전문 인강 사이트도 많다. '귀찮게 학원에서 왜 배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처음 미디 작곡을 접할 땐 학원을 추천하는 편이다. 일단 유튜브는 아무리 초심자 강의라 해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알아듣기 쉽다. 학원에서 기본을 배우고 유튜브를 보는 것과 처음부터 유튜브를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흡수해버릴 수도 있다. 특히 믹싱&마스터링 쪽은 주의하자.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야매'가 너무 많다.


한편 전문 인강은 그런 위험은 덜하지만 독학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이어나가기가 힘들다. 학창 시절 겪어봤으면 알지 않나. 독서실에서 인강 켜놓고 자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인강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도해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인강도 유튜브처럼 어느 정도 지식 기반을 만든 후에 일종의 '심화과정'으로 선택해야 효율적이다.


추가로, 학원은 음악 관련 연줄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그곳에서 일명 '음악 친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 분위기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같은 취미생이 아닌 전공자들과 접촉할 수도 있다. 그럼 여러모로 나중에 도움이 된다. 여러분이 나중에 곡 하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잘 부를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또한 음악 친구를 만들어 놓으면 중간중간 작곡 팁이나 트렌드를 공유받을 수도 있어 유용하다.



2. 작곡 학원, 두 가지 유형 중 선택하기

작곡 학원이 가르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1. 피아노로 시작해 화성학 및 코드 위주로 가르치는 곳

2. 미디 시퀀서로 시작해 편곡 위주로 가르치는 곳


딱 말하면, 둘 중 어느 것도 틀린 건 아니다. 약간 장단점이 있다. 피아노로 시작하면 악보 보는 법, 연주 실력, 화성학 기반 코드 진행 등 전반적인 음악 실력이 향상된다. 화성학이 다소 어렵고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그만큼 튼튼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발라드/인디음악 등을 좋아하고, 자신이 무대 연주가로서 일종의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면 이 방법이 알맞다.


미디 시퀀서로 시작하면 바로 킥, 드럼을 찍으며 빠르게 작곡에 입문할 수 있다. 코드 진행은 기본만 접하며, 리듬/베이스/신스 등 다양한 악기 편곡을 배울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믹싱과 마스터링을 맛볼 수도 있다.(맛본다고 표현한 이유는, 믹싱/마스터링은 엄밀히 말하면 음향 쪽이라 또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화성학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세련된 사운드 편곡이 필요한 힙합이나 퓨처 알앤비, EDM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참고로 어떤 것으로 시작하든 나중엔 둘 다 필요하다. 미디로 시작하면 결국 자신의 연주 실력 및 화성학에 부족함을 느껴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도 편곡 및 세션을 다 돈 주고 구할 것이 아니면 결국 미디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둘 다 동시에 배우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그러므로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기반으로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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